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글로벌 사업 전략은 시중은행과 결이 다르다. 시중은행은 수익기반 마련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외에 나가 있는 영업점도 모두 지점이 아닌 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금융당국과 직접 교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국내기업 수출지원 ‘선봉장’…런던·홍콩 등 5곳 현지법인 설립

수출입은행이 운영 중인 해외 영업점은 총 5곳이다. 런던과 홍콩, 자카르타, 호치민에 해외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아시아·태평양 경제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종합금융업을 영위하는 신규 현지법인을 추가로 설립했다.

수출입은행 해외 영업점의 특징은 모두 법인 형태란 점이다. 지점은 기본적으로 본점의 법적 성격을 그대로 가져간다. 본점이 국내에 있는 경우 지점이 해외에 있더라도 우리 금융당국의 규정이나 제약을 따라야 한다. 여기에 현지 당국의 규제·감독도 받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까다롭지만 현지 법규를 따르는 법인을 설립했다. 초기부터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고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지는 등 단점이 분명하지만 현지 당국과 직접 의견 조율에 나설 수 있어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돕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한 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으며 직접 네고하고 싸우는 것이 우리 기업을 지원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현지 법인은 소재지에 따라 특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모두 기업의 해외진출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법인 별로 그 역할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런던 법인과 홍콩 법인은 각각 유럽, 아시아의 국제금융 중심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대출업무 및 채권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런던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을 중심으로, 홍콩은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런던 법인은 본점 외화채권 발행 시 공동주간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선박금융 딜소싱, 중장기 PF 금융 주선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홍콩 법인은 신디케이션 주선, 채권발행 주선 등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법인은 앞선 법인과 달리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카르타 법인은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리스, 팩토링, 구매자금 대출 등 상품을 취급하면서 국산 기계류 및 자본재 관련 금융을 제공 중이다. 호치민 법인은 리스금융 및 단기 운전자금 대출을 통해 한국계 기업의 베트남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신설된 싱가포르 법인은 ‘글로벌 사업개발 데스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허브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PF, 기업금융, 투자 등 금융지원, 금융주선, 사업발굴 등에 나설 계획이다.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M&A, 투자개발형 사업에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고 해외사업주,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원활한 딜소싱을 지원하는 동시에 ‘OneStop Service Desk’로서 RM 기능도 담당할 예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IB, MDB, 사모펀드, VC 등이 집결해 있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IFC, KfW 등 MDB, 개발금융기관과 함께 글로벌 펀드에 공동투자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은의 아·태 지원전략 실행을 위한 현장 거점이자 해외투자·개발금융의 딜소싱 데스크 기능을 수행하는 등 ‘대외 정책금융 영역확장 전진기지’로서의 비전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 안정적 성장기반 확보…런던·홍콩 ‘비이자수익’ 강화, 동남아 ‘리스금융’ 확대

수익성 제고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출 증진이라는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수익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안정적인 해외사업 지원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결과 수익자산 증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수출입은행의 해외 법인(싱가포르 제외)의 수익자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9년 10억8800만달러 수준이었던 수익자산은 2020년 11억9600만달러, 2021년 14억4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2019년 920만달러·450만달러에서 2020년 910만달러·380만달러, 2021년 1120만달러·74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수익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5.6% 오른 15억22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수익자산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말에도 역대 최고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은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대출영업에 치우치지 않고 수수료 수익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상업은행의 과도한 금리인상을 견제하고 최종적으로 국내 기업에 장기·저리의 금융을 제공하는 정책기관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에 런던 및 홍콩 법인은 채권발행 주선과 사후관리(Agent) 업무 수임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금리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런던과 홍콩 법인의 비이자수익 실적은 2020년 111만달러, 91만달러에서 2021년 155만달러, 150만달러로 각각 40%, 66%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남아에 위치한 자카르타, 호치민 법인은 계속해서 현지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여신을 활발히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수출 전초기지로서 공급망 재편 핵심국으로 부상한 베트남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하노이 R&D 센터 건설을 위해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LG디스플레이도 하이퐁 지역에 15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OLED 모듈 조립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만큼 중견·중소 협력업체의 설비투자를 위한 리스 금융 지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기업의 베트남 신규 투자가 하노이 인근 북부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하노이 영업사무소 등 지역 거점을 마련해 RM 기능을 강화하고 신규 고객 발굴 및 자산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