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우리은행의 IB DNA, 금융허브 런던에서 날개 달다③ IB자산 5년간 2배 성장, 딜 취급 다양성 돋보여…전담팀 확대·심사센터 신설 계획
런던(영국)=한희연 기자공개 2022-09-30 07:30:05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런던은 국내 시중은행 4곳이 모두 지점을 내고 오래 전부터 전략적으로 중요시한 국제금융의 중심지다. 다른 은행들이 3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은행은 20명의 가장 적은 인원으로 지점을 이끌어가고 있다.직원수는 가장 적으나 성과는 적지 않다. 우리은행 런던지점은 기존 상업은행(CB)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을 가장 발빠르게 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었던 우리은행의 DNA는 런던에서도 고스란히 발휘, IB명가로서의 발걸음을 성큼성큼 떼고 있다. 현재 런던지점은 우리은행 전체 EMEA(Europe, the Middle East and Africa) 투자금융 통합 컨트롤타워와 글로벌 머니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런던지점은 지난해 120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총자산의 경우 23억27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9억 달러 대에서 3년만에 3억 달러 넘게 규모가 커졌다. 올해에는 총자산이 3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순익 또한 1400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대출자산(60%)인데 이중 IB자산 비중은 52%나 된다.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런던 등 선진국 해외 네트워크의 전략적 방점에 IB 비즈니스를 두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 전 세계 7개 지역에 IB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런던은 뉴욕과 함께 2017년 첫 IB데스크를 런칭한 곳이다. 5년전 뿌려놓은 씨는 최근 하나둘 결실을 맺으며 IB명가의 입지에 큰 바탕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움츠렀던 시장상황이 풀리며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도 크고 작은 딜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은행 런던지점은 이같은 기회를 포착, 상반기 굵직한 딜들을 성사시키며 빠르게 볼륨을 키워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말 클로징된 국민연금의 런던 UBS 사옥 인수금융 딜이다. 이 딜은 5600만 파운드(약 7500만 달러) 규모로 우리은행이 취급한 단일 부동산 딜 중 가장 크다. 국민연금이 런던의 UBS 사옥을 100% 인수하는 랜드마크 딜이었는데 우리은행은 프라이머리 대주로 참여했다. 로이즈와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시중은행 중 최다 금액을 유치해 의미가 깊다.
확실한 담보의 선진국 부동산 투자처라는 점은 딜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다소 규모가 컸지만 딜을 성사시킬수 있었던 것은 투자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반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점 심사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당 딜에 참여해야 심사역 또한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연금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런던에 IB데스크를 만들고 나서 2019년 초까지는 기업금융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전체 딜 규모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IB데스크도 차츰 자리를 잡으며 취급하는 딜의 성격과 범위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탑티어 스폰서들의 부동산 인수금융(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이나 친환경 LNG선을 중심으로 하는 선박금융, 신재생 에너지 관련 인수금융이나 PF 등 ESG 친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IB 트렌드에 보폭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셈이다. IB자산은 2019년 말 약 5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2022년 상반기 10억 달러 정도로 2배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5년간 취급한 딜은 40여건 정도다.
브렉시트는 우리은행 런던지점의 질주에 방해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런던은 영국내 딜에 국한되기 보다는 전세계 금융을 모두 취급하는 '국제금융 중심지'다. 런던IB시장의 커버리지는 EMEA를 커버할 정도로 워낙 광범위하다. 주요 글로벌IB들도 여전히 런던에 거점을 두고 딜을 진행하고 있으며 딜소싱과 네트워킹도 이전과 다름없이 이뤄지고 있다.
오랜기간 구축해온 금융중심지의 위상은 여전한 상황이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 등 일부 딜의 경우 더욱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 런던에서 다루는 IB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런던지점의 역할도 많아졌다. 지난해 딜 취급금액의 경우 우리은행 해외 8개 IB데스크 중 런던지점이 가장 컸을 정도다. 올해 상반기에만 2억 달러 이상을 약정하면서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런던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한국계 은행 모두 최근 IB 강화에 힘쓰고 있으나 우리은행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딜 취급 범위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런던지점의 특성상 EMEA를 아우르는 딜을 전부 취급할 수 있어 지역적 한계가 거의 없는데다 산업 전반적으로 다양한 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이후의 시장전망을 감안 운송 관련 인프라 딜을 주시하고 있다. 항공기 등 운송수단 관련 파이낸싱이나 도로, 항만, 공항 등 인프라 금융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1월에는 카타르항공의 화물기와 관련해 2000만 달러 규모의 딜을 진행하기도 했다.
홍성훈 우리은행 런던지점장은 "코로나19 영향이 한창이었을 때는 오피스나 부동산 등 안전자산 위주로 많이 검토했다"며 "앞으로는 물류관련이나 운송관련 인프라 등을 집중해서 봐야겠다고 여기고 있으며 하반기 좀더 포커싱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의깊게 보고 있는 분야는 ESG관련 딜이다. 영국은 ESG의 가치를 상당히 중시하는 나라 중 하나다. 우리은행 런던지점도 1월 폐기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업체의 인수금융딜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7월에는 생활쓰레기로 전기를 만드는 사업관련 PF에 참여하기도 했다.
ESG적 사고를 좀더 확장해 전기차 배터리 관련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2차 전지 업체들에 투자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실제로 최근 볼타에너지솔루션(솔루스첨단소재)의 헝가리 공장 증설과 관련해서도 2억 달러 규모의 파이낸싱을 지원하기도 했다.
런던지점은 인도지역의 IB딜도 취급하는 등 지역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최근 클로징한 1900만 유로 규모의 인도 NVH 딜이 대표적이다. 인도의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현지 공장 담보 타행 대환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으나 꼼꼼한 분석과 실사, 첸나이지점과의 긴밀한 협력 등에 힘입어 딜을 성사, 상당 규모의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었다.
취급하는 IB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질적 향상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전에는 한국 금융기관이 글로벌 IB딜에 관여하는 초기 단계라 두로 외국계 은행들이 주도하는 딜에 참여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 주도적으로 딜을 끌고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UBS사옥 투자와 카타르항공 딜 등 MLA(Mandated Lead Arranger)로서의 딜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이전에는 세컨더리와 프라이머리 대주 참여 비중이 절반씩이었다면 이제는 세컨더리를 30% 정도로 줄이고 프라이머리와 주선 비중을 70%로 늘려 나가고 있다. 똑같은 딜을 하더라고 품은 더 들더라도 고부가가치 성격의 업무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적극적인 딜소싱과 네트워킹 능력으로 런던지점은 우리은행 내에서도 해외 IB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런던에서 소싱한 딜을 다른 거점에도 소개해주면서 함께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점에서도 주요 지역으로 판단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하반기 인원 확충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CIB영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IB데스크 전담팀 확대 뿐 아니라 유럽지역 심사센터 신설 등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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