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 정몽원 회장 '좌우 날개' 교체 홍석화·최경선 물러나고 김광헌·김준범 선임...노무 전문가·공정위 출신 이력 눈길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30 07:29:5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그룹(옛 한라그룹)의 지주사 HL홀딩스에서 정몽원 회장을 보좌하던 2명이 모두 교체됐다. 기존 지주부문 대표이사와 사업부문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선임됐다. 지주사에서 정몽원 회장과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된 인물은 김광헌 사장과 김준범 사장이다.김광헌 사장은 HL만도(옛 만도)에서 궂은 일을 도맡으며 정 회장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김준범 사장은 HL그룹에 합류한 지 5년여 만에 지주사 대표이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외부 출신이어도 믿고 맡긴 뒤 신뢰를 보내는 정 회장의 인사 철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HL그룹은 28일 김광헌 HL만도 부사장을 HL홀딩스 지주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김준범 HL홀딩스 부사장을 HL홀딩스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발령했다고 밝혔다.
두 명은 각각 홍석화 사장과 최경선 사장의 뒤를 잇는다. 홍석화 사장은 건설 섹터장과 HL디앤아이한라 대표이사를 겸임한다. 최경선 사장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HL홀딩스는 정몽원 회장 아래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주부문은 그룹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는 일반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업부문은 자동차와 건설의 2개 섹터로 나뉘어 각각의 사업을 한층 면밀히 들여다보는 역할을 한다.
홍석화 사장과 최경선 사장이 각각 대표에 올라 정 회장을 보좌하기 시작한 건 2019년이다. 3년 반 만에 정 회장의 좌우 날개가 한꺼번에 새 얼굴로 바뀌는 셈이다. 특히 새 대표에 오르는 2명 모두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간다.
김광헌 사장은 노무 전문가로서 HL만도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흔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김 사장은 1961년생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HL만도에 입사했다.
과거 HL만도의 노동조합은 강성으로 분류됐다. 1987년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설립된 이래 2011년까지 두 차례(2008년·2009년)를 제외하고 해마다 파업을 벌여왔다. 2008년 정몽원 회장이 HL만도를 다시 찾아오면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HL만도가 HL그룹에 재인수되자 노경협력실장으로 급파됐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초기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도코리아(MDK)에서 노경협력센터장을 맡은 경험도 있다.
그는 2020년 3월 HL만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HL만도 역사상 최초로 최고인사·노무책임자(CHO)가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 것이다. 통상임금 해결과 안정적인 노사관계 정립 등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정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HL만도에서도 정 회장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 지주사로 옮겨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김준범 사장은 역시 눈에 띄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1967년생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 조사국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정위에서 시장감시정책과장, 시장감시총괄과장, 소비자정책국장, 대변인 등도 지냈다. 이후 HL그룹의 한라대학교 교수를 거쳐 2017년 HL홀딩스에 전무로 합류했다.
같은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번에 5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보실장, 그룹기획실장, 정도경영실장 등을 지냈고 최근까지는 물류사업 통합 TFT 총괄을 맡았다.
기업인도 아닌 외부 출신으로 HL그룹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지주사 대표이사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알 수 있다. 특히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에 이어 외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지주사 대표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사장은 현재 HL홀딩스 사내이사를 지내고 있다. 2019년 기존 대표이사였던 홍석화 사장과 최경선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을 때 함께 이사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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