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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거버넌스 이슈 점검]최태원의 지배력 확대 근간, C&C 합병 자사주③총수일가 내부지분율 0.5%, '자사주+계열출자'로 60.7%까지 확대

원충희 기자공개 2022-10-06 11:23:54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실시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익편취, 상호·순환출자는 물론 국외 계열사와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적인 지배력 유지·강화 사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주의해야 할 지배구조 이슈도 늘었다. 내부지분율, 국외계열사, 공익법인 등을 통해 주요 테크기업에 어떤 거버넌스 이슈가 있는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4일 09: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총수일가의 내부지분율이 0.5%로 국내 5대그룹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전체 지배력은 60%를 넘는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아도 전체 지배력을 끌어올린 지렛대(Leverage) 장치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사주다. 지주회사인 SK㈜ 자사주 비율이 24.1%에 이른다.

이는 2015년 SK C&C와 SK주식회사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것이다. 경쟁당국은 자사주를 총수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보는데 의결권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교환 등을 통해 우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SK C&C 합병과정서 자사주 대거 확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기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의 총수일가 내부지분율은 0.5%로 계산됐다. 삼성, LG 등 5대 그룹들이 1~3% 수준인데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비교대상을 10대 그룹으로 확대하면 현대중공업(0.48%) 다음으로 적다.

내부지분율은 공정위가 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계열사 전체 자본금(액면가 기준)에서 총수일가 주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여기서 특수관계자(친족, 임원, 계열사, 공익법인 등)와 자사주 등을 합치면 전체 내부지분율이 나온다. 내부지분율이 높을수록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유리하다.

SK그룹에는 총수일가의 낮은 내부지분율을 보완할 몇 가지 장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사주다. 그룹 지주사인 SK㈜의 자사주가 6월 말 기준 1802만5598주로 발행주식총수 대비 24.1%다. ㈜LG(0.04%)나 현대모비스(3.73%), 삼성물산(13.2%) 등 다른 그룹의 지주사 및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2015년 SK C&C와 옛 SK주식회사 합병과정의 산물이다. 당시 명목상 지주는 SK주식회사였지만 그 위에 그룹 시스템통합(SI)업체 SK C&C가 옥상옥처럼 존재했다. SK C&C를 존속법인으로, SK주식회사를 소멸법인으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SK C&C가 보유한 SK주식회사 지분 31.8%에 대해서도 합병신주(1101만816주)가 교부됐는데 이는 고스란히 자사주로 남았다.

아울러 합병법인 SK㈜는 2015년 8월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5년 9월 1일부터 11월 11일까지 보통주 351만4276주(약 5%)를 추가 취득했다.

◇자사주로 지배력 제고…계열사 출자로 60%까지 확대

공정위는 자사주를 사실상 오너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많이 매입하면 그만큼 기존 주주의 의결권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인적분할을 할 경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의결권 주식으로 바뀌면서 총수일가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또 우군을 확보할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사업협력을 위한 주식교환 등으로 타사에 넘어가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미래에셋, 현대차와 KT 등이 이런 식으로 협업을 구성하고 서로의 우군 역할을 하면서 오너가의 지배력을 두텁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레버리지 수단이 자사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재벌가에 비해 낮은 총수일가 내부지분율을 메우는 또 다른 장치는 계열사 간 출자구조다.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자, 비영리법인, 자사주 등을 모두 합친 내부지분율은 3.24% 정도지만 전체 내부지분율은 60.7%에 이른다. SK㈜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그 회사가 다른 업체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지렛대 효과를 내는 셈이다.

SK그룹은 2003년까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2007년 에너지·화학부문을 SK에너지로 분리해낸 뒤 순수지주회사 SK주식회사를 만들었다. 2015년 지주사 위에 있던 SK C&C와 합병된 이후 SK㈜를 통해 300여개 계열사를 통제하는 지금 같은 모습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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