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인적분할 진단]10년 만에 그룹 개편, 변화의 시작①아주산업 투자·건자재부문 분할, 신속한 의사결정 등 책임경영 강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2-10-11 07:47:04
[편집자주]
아주그룹은 2013년 5월 신아주그룹 등과 분리된 이래 10년간 대규모 개편이 없었던 곳이다. 핵심사업인 건자재(레미콘)를 중심으로 매출을 일으킬 뿐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런 아주그룹이 사업형 지주사인 아주산업을 인적분할하며 변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더벨은 아주그룹이 준비하는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6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주그룹은 수년 전부터 '미래 먹거리' 물색에 집중해왔다. 핵심인 레미콘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그룹 전반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2017년 매각한 아주캐피탈을 대신해 그룹과 시너지를 낼 신사업이 시급했다. 하지만 아직 마음에 쏙 드는 매물을 찾지 못한 상태다.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의미있는 발걸음을 뗐다. 사업형 지주사인 아주산업을 인적분할해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이다. 2013년 계열분리 이후 10년 만의 유의미한 개편이다. 업계에선 이를 본격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겠단 선언으로 받아들인다. 아직 '오너3세' 문윤회 아주컨티뉴엄 대표로의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를 위한 밑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투자·사업법인 분리, 사업재편·승계 신호탄?
아주산업이 이사회를 개최하고 건자재사업(레미콘) 분할을 결정한 건 지난달 28일이다. 나머지 이사 3명과 감사 1명 등 4명이 분할안을 처리했다. 사실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문규영 회장 입장에선 신성장동력 발굴이 하루 빨리 끝내고 싶은 숙제일 가능성이 높다.
1951년생으로 올해 72세인 그로선 어떤 의사결정을 하든 승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투자해 놓으면 외아들인 문 대표가 한결 수월하게 회사를 이어받을 수 있다.
이번 분할이 아주그룹 사업재편, 더 나아가 승계작업의 신호탄이 될 거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주·투자법인과 건자재사업법인을 분리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여서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의 기회를 엿보는 게 목적이다.
기존 아주산업은 레미콘사업을 영위하면서 다양한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사업형 지주사였다. 앞으로 존속회사는 ㈜아주로 사명을 바꾸고 지주사로서 M&A 매물 물색과 투자, 자회사 관리 등에 집중하게 된다. 아주산업 이름은 레미콘사업을 하는 신설회사가 가져간다.
◇문 회장 지배력 견고, 책임경영으로 경쟁력 강화
이는 물적분할 아닌 인적분할을 선택한 배경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이사회는 최종 결정에 앞서 다양한 분할 방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회장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 물적분할을 추진하더라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단 일각의 분석이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두 가지 방식 모두 문 회장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추게 된다는 측면에선 다르지 않다. 아주산업 주주구성이 심플한 영향이다. 문 회장이 95.48%를 들고 있고 자사주가 4.02%다.
인적분할이 끝나면 문 회장은 병렬로 놓인 ㈜아주와 아주산업 지분을 각각 95.48%씩 보유하게 된다. '자사주 마법'이 발생해 ㈜아주도 아주산업의 주주(4.02%)가 된다. 만약 물적분할을 한다고 가정하면 지배구조가 '문규영→㈜아주→아주산업' 순으로 갖춰진다. 두 가지 모두 문 회장의 지배력이 거의 100%에 육박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인적분할을 택해 ㈜아주는 M&A 매물 물색과 자회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아주산업은 건자재사업에 집중하는 등 역할이 명확히 분담됐다. 책임경영체제 하에서 사업 특성에 맞춰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자체 자금사정에 맞춰 투자도 적극 실시할 수 있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할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건자재부문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적분할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분할 후 유동성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분할계획서를 승인하기에 앞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현금흐름을 점검했다. 김진윤 비상무이사의 질의에 박주언 재무전략실장은 "세부 검토한 결과 운영상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최근 순이익 감소 등으로 캐시플로가 악화된 것과 관련해 분할 이후 재무건전성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무 훼손이 뒤따를 경우 분할에 대한 정당성 확보가 어려울 뿐더러 향후 계획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작년 6월 말 344억원에서 올해 13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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