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닮은 꼴' 유상증자, 결론 180도 달라진 이유 2011년에는 지분관계 없는 흥국화재에 증자, 주주 행동주의에 '화들짝'
김위수 기자공개 2022-12-20 07:40:01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5일 16:3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계열사 지원 여부로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도 지분관계가 없는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가 이뤄진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비판이 일기는 했지만 흥국생명 사태와는 달리 태광산업이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비슷한 사안을 두고 완전히 다른 결과가 발생한 데에는 시장의 변화가 자리한다. 달라진 시장에 놀란 태광산업이 주주 친화적인 기업으로 변모할지 주목된다.
◇흥국화재 유상증자 참여 놓고 논란
태광산업은 지난 2011년에도 흥국화재의 재무건전성 확충을 위해 6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태광산업은 당시 흥국화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흥국화재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직전 해인 2010년 태광산업은 보유 중인 주식 2345만여주를 모두 흥국생명에 넘긴 상태였다.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놓고도 반발이 있었다. 국내 최초로 주주 행동주의를 지향했던 라자드자산운용의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일명 장하성펀드에서 공개적으로 태광산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태광산업이 아니라 최대주주인 흥국생명이 흥국화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투입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흥국생명 유상증자를 두고 트러스톤자사운용의 맹공격을 받았던 최근 며칠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결과는 전혀 달랐다. 올해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2011년에는 흥국화재에 대한 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입김 커진 주주들, 기업 변화 이끈다
이호진 전 회장(사진)의 결정이 10년 전과 정반대로 바뀐 배경으로 달라진 주주들의 위상이 지목된다.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등 소액주주들의 존재감이 커지며 이 전 회장으로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소액주주들의 숫자 자체가 늘어나며 기업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일부 열성 투자자들은 주주총회 등에 참여해 회사 경영진을 향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올초 열린 셀트리온 주주총회에 참여한 주주가 경영진을 향해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으라고 요구한 일이 대표적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수령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선 점이 시너지로 작용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며 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런 배경에서 올들어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 눈부셨다.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철회를 유도한 것은 물론이고 SM엔터테인먼트와 사조오양의 주주추천 감사 선임, SK케미칼 및 SK㈜의 자사주 소각 등을 이끌었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앞으로도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의)주주 영향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행동주의의 중심이 되는 펀드들의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의 '주주 프렌드십', 달라질까
주주들을 대하는 태광산업의 온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태광산업은 그동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아닌 주주에게 '친화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0.46%에 불과했을 정도로 낮았다. 그렇다고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쓰지도 않았다.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미미한 수준으로 이뤄졌다.
태광산업은 유상증자 참여 철회를 결정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외환경에 대한 철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내부역량 강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섬과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로 향후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의 변신'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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