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CJ제일제당]슈완스, '승자의 저주'서 '승계의 한수' 되나③2019년 그룹 비상경영까지 이끈 인수합병, 오너 4세 이선호 경영리더의 주춧돌 가능성
문누리 기자공개 2023-02-02 07:37:01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7: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투자 연혁을 살펴보면 '승자의 저주' 케이스가 종종 등장한다. 한때 재계 10위권에 들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인수한 기업들을 도로 되팔 뿐 아니라 그룹의 상징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수많은 계열사를 매각하게 됐다.웅진그룹도 마찬가지로 건설사를 탐내다 오히려 그룹 핵심 계열사를 잃게 됐다. 2007년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사들이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부상했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웅진코웨이를 이 과정에서 팔았다가 다시 사들였는데 자금사정이 열악해 몇 달만에 재매각하는 불상사도 겪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너의 과욕으로 금융비용과 재무 악화 가능성 등을 간과한 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M&A 규모가 클수록 인수자금 조달 방안 등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전략에 무게감이 더 실리는 이유다.
CJ제일제당도 하마터면 이런 딜레마에 빠질 뻔 했다. 2018년 말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Schwan's Company)를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다음해 유동성 위기로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외 사업과 자산을 팔아 '돈맥경화'를 막았다.
이렇게 살려낸 슈완스는 최근 CJ제일제당뿐 아니라 CJ그룹의 '효자' 회사로 등극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식품 해외 매출의 3분의 2를 슈완스가 기록하면서 회사의 글로벌 식품사업의 캐시카우로 역할했다. 여기에 그룹 오너 4세인 이선호 경영리더의 미국 권역 중심의 성과 기반을 다지는 주요 사업으로 역할하면서 그룹 승계 과정의 핵심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2022년 3분기 누계 식품 해외 매출은 3조775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슈완스가 2조3980억원을 매출로 내면서 전체의 약 64%를 차지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 매출 규모만 봐도 미국, 중국, 일본, 아시아태평양·유럽 순이다.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관건이다.
5년 전 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건은 이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결정한 한 수였다. 슈완스를 사들이면서 CJ제일제당의 현지 생산기지는 5개에서 22개로 크게 늘었고 물류와 유통, 영업네트워크도 동시에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슈완스를 가족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출혈이 상당했다. 인수 후유증으로 CJ제일제당 부채비율은 2018년 166.8%에서 2019년 177.2%로 상승했다. 유동성 위기 상황이 오자 그룹 차원에서 2019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9년 제약사업부문(CJ헬스케어)을 약 1조3000억원에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또 같은 해 서울 가양동 옛 바이오연구소 부지와 중구 인재원 건물을 팔았고 영등포 밀가루 공장 부지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했다. 이를 통해 약 2조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할 수 있었다. 그룹과 CJ제일제당이 나서서 유동성 불을 끈 덕분에 2020년 부채비율은 151.9%로 확 줄었다.
1년 남짓의 기근이 끝나고 갑자기 풍년이 찾아왔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급증하면서 냉동 피자를 주로 판매하던 슈완스의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슈완스 매출은 인수 직후인 2019년 1분기 2403억원이었지만 2020년 1분기 7426억원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2년에는 9개월치 매출이 2조4000억원에 육박한 만큼 코로나19 시기의 기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 분위기를 몰아 지난해 8월 CJ제일제당은 슈완스와 미국식품사업 법인 CJ푸드 USA(CJFU)을 통합해 슈완스 지배력을 높였다. 통합은 CJ제일제당의 추가 투자 없이 자회사간 지분교환 형태로 진행됐다. CJFU의 모회사인 CJ아메리카(CJA)가 CJFU 지분 전체를 슈완스에 준 동시에 슈완스는 해당 지분만큼 신주를 발행해 CJA에 넘겼다.
북미 지역 식품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시장 지위가 강화되면서 사업 주체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CJ제일제당은 두 회사의 영업플랫폼과 인프라, 시스템, 인적자원 등을 통합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있다.
통합 이후 슈완스는 북미 식품 사업의 헤드쿼터(HQ)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CJ그룹 오너 4세인 이선호 경영리더의 차후 승계 궤도와도 연관된다. 통합한 지 얼마 안 돼 CJ그룹은 2023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이 리더를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앉혔다.
기존에 식품전략기획 1담당이던 이 리더는 슈완스 등 미주 권역 중심의 식품 글로벌 사업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아 승진했다. 오너 4세 승진에 슈완스가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앞으로도 이 리더의 성과 지표에는 슈완스가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승계를 준비할 때 향후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보이는 사업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너 3~4세가 진두지휘하는 조직에서 주요 실적을 내면서 앞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정당성이 더해지는 만큼 슈완스가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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