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쌓는 테스, 2세 승계 방패로 활용하나 현재 12.7% 보유, 20%까지 확대 계획…23% 불과한 오너일가 지배력 보강 카드 가능성
조영갑 기자공개 2023-02-24 09:06:14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증착, 식각장비 제조사 '테스'가 자사주를 20%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주숭일 테스 회장의 '승계 플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주 회장의 장남 주재영 전무가 7년 간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현재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20% 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자사주가 지분 이동과 의결권 방어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스는 올해도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추가 매입해 자사주 비중을 총 주식수 대비 약 20% 수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테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23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총 주식수 1754만주 대비 12.71% 수준이다. 코스닥 반도체 섹터 내에서도 높은 수치다.
테스는 지난해에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1월 초부터 3분기 말(2022년 9월 21일 기준)까지 약 84회 가량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 자사주 비중을 늘려왔다. 3분기 말 기준 테스의 자사주는 기초수량 123만주에서 약 9개월 만에 100만주 늘어 기말수량 223만주가 됐다. 장부가치는 약 570억원 가량이다.
테스는 연중 잦게는 하루, 많게는 3~4일 걸러 자사주를 매입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영업일수를 감안하면 사실상 매일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하락장 국면에서 많은 상장사들이 책임경영을 위해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한 것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테스의 매입 패턴은 특이점이 보인다. 오히려 주가가 고점일 때 자사주를 더 자주 매입했다.
지난해 4월 테스는 '1일 1매' 패턴으로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당시 테스의 주가는 2만7000~2만8000원 구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22일 기준) 테스의 주가는 이 보다 1만원 낮은 1만8430원 수준이다. 테스는 고점 시기인 4월 1일부터 말일까지 약 28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유통량을 조절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5월 역시 마찬가지다. 6월 이후 테스의 주가는 하방곡선을 그리면서 1만원 대로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테스의 자사주 매입 기조를 경영권 승계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1949년 생인 주숭일 회장은 여전히 왕성하게 테스의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지만, 74세의 고령인데다 테스 창업 이후 20년 간 쉼 없이 경영 일선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경영승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 회장의 장남 주재영 전무가 현재 부친을 보필하면서 테스 기업집단의 전략기획을 총괄하고 있고, 주 전무의 나이 역시 44세로 적지 않은 연배인 까닭이다. 주 전무는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석사(University of Michigan, MBA)를 마치고 SK하이닉스, 키움증권 등을 거친 후 부친의 회사에 합류했다. 반도체 현장과 자본시장의 전략을 두루 꿰는 '브레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주 회장 부자를 비롯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합해도 22.77% 수준인 것은 향후 승계의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3분기 말 주 회장의 지분율은 19.91%, 배우자 백은영 씨는 1.28%, 주 전무는 0.86%, 둘째 아들 주재현 씨 0.70% 등이다. 사전 증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지분 이동을 두고 세금, 경영권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증여세 및 취득세가 발생하는 주식증여, 수증 대신 자사주를 쌓는 것이 향후 승계를 위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자사주의 매입은 절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익잉여금을 계속 유보하는 경우 당국의 과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증여 시 잉여금이 두텁게 쌓여 있다면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올라가 과세부담이 커진다. '현금 부자' 테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3분기 말 2836억원으로 자산총계의 83%에 달한다. 쌓아둔 자사주는 의결권 우호 지분으로서의 가치도 있다. 테스의 지형도 상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주요 주주는 공동창업자 이재호 사장(5.16%)이 유일하다. 주 회장의 지분율이 14%p 가량 높지만 경우에 따라 내부 견제 혹은 사모펀드(PE)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결권 방어를 위해 일부를 우호 세력에 블록딜 매각할 수 있다.
만약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역시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테스의 자산총액이 3500억원 수준이라 향후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다. 자사주 보유 기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을 하면 존속법인(가칭 테스홀딩스)은 신설법인(테스) 신주를 배정, 자사주 비율만큼 지분을 받게 된다. 테스의 경우에 대입해 자사주를 20%라고 가정하면, 인적분할시 최대주주 특관인의 지분율이 약 45% 수준으로 늘어난다. 신설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살아나는 의결권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다.
이와 관련 테스 관계자는 "자사주를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방침이지만, 이후 자사주 소각에 대한 계획은 없다"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일 뿐 (승계와 관련한) 여타 계획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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