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팬오션 인수 차입부담 털어낸 ‘묘수’는[하림지주]②종속기업 지분매각·기업공개로 자금확보…2년만에 인수금융 전액상환

이민호 기자공개 2023-03-16 08:16:18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17: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지주는 팬오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입을 일으켰다. 하지만 종속기업 지분을 선진 등 우량 계열사에 매각해 일부 상환하고 이후 기업공개(IPO)로 잔여금액을 모두 상환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인수금융 전액 상환에 걸린 시간은 불과 2년이었다. 회생절차까지 진입했던 팬오션은 이후 우량 계열사로 거듭나면서 오히려 하림지주의 자금융통 여력을 키워주고 있다.

◇팬오션 인수에 대규모 차입 조달…종속기업 지분매각으로 일부상환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팬오션을 인수한 것은 2015년 6월이다. 팬오션은 2013년 6월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고 그해 10월 한국산업은행이 일부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STX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되는 등 부침을 겪을 때였다.

한국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된 매각작업에서 2014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이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었다. JKL파트너스는 하림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로 인바이트했다.

2015년 2월 인수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인수대금 총액이 1조80억원으로 결정됐다. 850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에 더해 1580억원 규모 회사채 인수가 포함됐다.

그해 6월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면서 인수가 최종 마무리됐다. 유상증자 대금 8500억원 중 하림지주가 6800억원, JKL파트너스가 1700억원을 각각 책임졌다. 하림지주는 최초 지분 52.07%를 확보하면서 팬오션 최대주주에 올랐다.


다만 JKL파트너스 인바이트에도 알 수 있듯 하림지주는 팬오션 인수대금을 모두 충당할 만한 자기자금이 부족했다. 하림지주는 KB국민은행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568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한 셈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팬오션 주식 2억7200만주 전량과 당시 보유하고 있던 하림홀딩스 주식(6070만2770주·지분율 68.09%)의 73.4%인 4457만8596주를 인수금융 담보로 제공하는 강수를 뒀다.

팬오션을 손에 넣었지만 인수금융은 하림지주에 막대한 재무부담으로 돌아왔다. 2014년말 별도 기준 128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이 2015년말 746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순금융비용이 36억원에서 18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급증한 이자비용 탓에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큰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채비율도 45.7%에서 191.8%로 급등했다.

하림지주는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6년 인수금융 5680억원 중 브릿지론(1580억원)과 선순위대출(800억원)을 먼저 상환했다. 남은 3300억원에 대해서도 만기를 줄이는 대신 조달금리를 낮추는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이들 상환금액에 대한 주요 재원은 일부 종속기업 지분매각 대금이었다.

하림지주는 2016년 종속기업 농업회사법인선진한마을(지분율 90%·매각금액 372억원), 유전자원농업회사법인(67.4%·249억원), 제일종축농업회사법인(90%·268억원) 지분 전량을 종속기업 선진에 매각했다. 한스컨버전스(100%·50억원) 지분 전량은 종속기업 엔에스쇼핑에 매각했다.

이처럼 2016년 하림지주가 보유주식을 선진(888억원), 엔에스쇼핑(50억원), 제일사료(10억원) 등 종속기업에 매각해 수취한 대금만 948억원이었다. 특히 2015년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823억원으로 비교적 자금여력이 충분하던 핵심 자회사 선진의 기여도가 높았다. 팬오션 인수부담을 하림지주가 지는 대신 일부를 선진에 전가하는 그룹 내 자본재분배가 이뤄진 셈이다.


◇공모자금으로 인수금융 일시상환…팬오션 지분가치 증가에 활용도 상승

하지만 인수금융 3300억원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림그룹은 하림지주를 상장시켜 공모자금을 끌어들이는 묘수를 뒀다. 기업공개 직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41.78%)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93.43%에 달했기 때문에 공모여력이 충분했다.

하림지주는 2017년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공모자금 4219억원을 확보했다. 하림지주는 공모자금의 상당 부분인 3300억원으로 인수금융을 일시 상환했다.

하림지주의 상장 이후 재무구조 개선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2016년말 6426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이 2017년말 325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순금융비용이 239억원에서 14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부채비율도 140.2%에서 38.3%로 하락했다.

이후 장기운송계약에 대한 이행보증을 제외하고 하림지주가 팬오션 지원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없다. 이행보증은 실제 현금흐름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림지주가 지난해 7월 1120억원 규모 5년 만기 교환사채(EB)를 발행할 때 교환대상으로 팬오션 주식(1603만8951주·주식총수 대비 3%)를 내세우는 등 늘어난 팬오션 지분가치를 하림지주의 자금융통 가능성을 키우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3분기말 팬오션 투자지분 장부금액을 최초 6800억원보다 늘어난 7540억원(지분율 54.72%)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팬오션이 2021년부터 배당을 개시하면서 2021년 146억원, 지난해 292억원을 각각 지급하는 등 하림지주의 핵심 영업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올해 팬오션으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은 439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팬오션은 우드펄프·철광석 장기운송계약과 LNG 운송사업 확대 등에 따른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선박차입금(선박금융)을 일으켜 자체 조달했다. 지난해 3분기말 팬오션의 선박차입금은 총차입금 2조6523억원 중 67.7%(1조7961억원)를 차지하고 있지만 장기의 국적취득 조건부 나용선(BBCHP) 형태로 단기 상환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2019년 6월 1000억원 규모 공모채와 2021년 6월 500억원 규모 공모채(녹색채권) 등 회사채를 잇따라 발행해 하림지주에 자금부담을 전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팬오션의 수익성이 2021년부터 해운시황 개선과 운영선대 증가로 크게 개선되면서 하림지주의 자금지원 필요성이 줄어든 상태다. 팬오션은 2021년 5267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54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20년 909억원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다. 현금성자산은 7526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