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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조상래 젠큐릭스 대표 "예후진단으로 암환자 삶의 질 개선"②2035년 유방암 예후진단 시장 '4조' 성장…인종별 특성 맞춰 아시아 공략

서하나 기자공개 2023-04-05 11:24:26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령화 시대엔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 기왕이면 시기적절하고 올바르게 암을 진단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젠큐릭스 같은) 진단 업체가 그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이사(사진)는 4일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암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2011년 젠큐릭스를 창업했다. 신약 개발보다 짧은 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고, 오진으로 인해 고생하는 암 환자를 줄여 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조 대표는 "기존엔 항암제를 주먹구구식으로 판매해 신약이 출시되면 모든 환자가 동일한 항암제를 썼다"라며 "미국은 2014년부터 동반 진단 가이드라인이 생기면서 환자를 선별해 항암제를 쓰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령 '폐암'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울 만큼 암은 굉장히 이질적인 질병이다"라며 "독한 항암제를 썼지만 그 약이 환자에게 적합할 확률은 평균적으로 20%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조상래 대표가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젠큐릭스 본사에서 'DNA 모형'을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서울대 분자생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원 생활을 잠시 하다가 우연히 벤처투자(VC) 업계를 접했다. 한창 바이오 산업 성장세가 좋을 때 미국 벤처캐피탈과 국내 기업들의 펀드레이징 과정을 지켜봤다. 연구자 출신의 강점을 살려 기술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호응을 얻으면서 서서히 VC의 매력에 빠졌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빠지면서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자는 생각으로 컨설팅 회사 '아이리스 컨설팅'을 창업했다. 조 대표가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5년 '바이오트라이온'을 창업하면서부터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으로 임상 3상까지 순조롭게 통과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고꾸라졌다. 임상개발 비용 5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조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질병 진단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진단사업은 바이오시밀러보다 작은 규모의 투자로도 사업을 키울 수 있고 신약 개발에 비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라며 "마침 전공, 경험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암 관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수백조원에 이를 만큼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첫 아이템은 유방암 예후진단으로 정했다. 유방암 예후진단 검사는 단일 검사 중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진단검사 중 하나다. 2035년 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방암은 선진국형 질병이다보니 국내에서도 발병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조 대표는 "예후진단은 재발 확률이 적은 환자를 가려주고 동반진단은 꼭 항암제가 필요한 환자들을 가려주는 작업"이라며 "1~2기 조기진단을 통해 무조건적인 항암제 투약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1년 설립된 젠큐릭스는 설립 12년 차인 지난해 본격적으로 주력 사업인 유방암 예후진단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25억원 정도 매출을 냈는데 유방암 예후진단 사업에서만 5억원 정도 매출이 늘어났다.

조 대표는 "그동안 유방암 예후진단 제품은 백인들을 대상으로 개발됐다"라며 "지난해만 국내에서 4000건 정도의 제품이 판매됐는데 이는 불필요한 외화 유출"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최종적으로 인종별 특성에 맞춘 유방암 예후진단 제품을 개발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 식약처(PMDA) 인허가 절차 개시를 시작으로 연내 일본 환자 대상 유효성 검증 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경우 현지 진단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혈액 기반 조기진단 사업을 키우는 일도 또 하나의 목표다. 조기진단은 질병이 확인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질병의 유무 또는 위험성을 진단해 최적의 치료를 조기에 시행하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진단작업을 말한다.

조 대표는 "아직 조기진단 쪽에선 매출이 나오지 않지만 향후 글로벌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먹거리로 낙점했다"라며 "독자 개발 바이오마커를 통해 세계 최초의 액체생검 조기진단 상업화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력 사업인 유방암 예후진단에서 올해 2000건 이상 진단 건수를 채우는 게 목표다. 그는 "전국 70개 규모의 병원 중 이미 절반에 해당하는 서른곳 정도와 계약했다"라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유방암 예후진단키트를 혁신의료기술로 승인받았단 사실을 앞세워 나머지 대형병원과도 빠르게 계약 건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큐릭스 본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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