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 리더는]'이석태 vs 조병규' 첫 '상업은행' 출신 매치업 성사숏리스트 후보 '안분 관행' 종지부, 역대 네 번째 '상업' 행장 확정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26 08:11:43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1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과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에 합류했다. 이들은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숏리스트 선정 단계에서 역대 네 번째 상업은행 출신 행장 탄생이 확정된 셈이다.우리은행이 내부 출신 행장을 선임하기 시작한 뒤 최종 면접 대상에서 한일은행 출신을 배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번갈아 CEO를 맡는 관행이 아닌 능력과 성과 중심의 공정한 선임 프로세스를 통해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내부 출신 선임 이래 '한일은행' 부재 처음
우리금융은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출범했다. 수위권을 다투던 두 은행이 합병하면서 계파 갈등은 우리금융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우리금융은 한일과 상업 출신들에게 번갈아 CEO를 맡기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려 했다. 마지막까지 정무적 판단을 하기 위해 후보 숏리스트에 양행 출신을 모두 포함시키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양행 출신이 모두 최종 면접 대상에 포함된 건 2011년 우리은행장을 선임할 때가 최초다. 2008년 한일 출신인 이종휘 전 행장이 외부 인사들과 경합했던 것과 달리 2011년엔 한일에서 3명, 상업에서 2명의 후보가 배출됐다. 이때 상업 측 이순우 전 회장이 선임되면서 한일과 상업 간 CEO 배턴 터치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상업 출신 이광구 전 행장이 선임된 2014년과 2017년에도 최종 후보에는 한일 인사들이 있었다. 2014년엔 김승규 전 부행장과 김양진 전 부행장이, 2017년엔 김승규 전 부행장과 이동건 전 그룹장이 이광구 전 행장과 경합을 벌였다.
2017년 은행장 선임 때는 손태승 전 회장과 최병길 전 동양시멘트 대표가 경합했다. 최 전 대표는 상업 출신으로 임원 임기를 모두 마치고 우리금융을 떠난 상태였다. 한일 출신인 손태승 전 회장과 경합할 수 있는 상업 측 인사를 물색한 끝에 외부에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던 최 전 대표를 소환한 것이다.
상업 출신 권광석 전 행장이 선임된 2020년에는 마찬가지로 상업 측인 김정기 전 우리카드 대표와 한일로 입행한 이동연 전 우리FIS 대표가 경합했다. 2022년에는 한일 측 이원덕 우리은행장, 상업 출신 박화재 전 우리금융 사장, 한국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한 전상욱 전 우리금융 사장이 3파전을 벌였다.
회장을 선임할 때도 최종 후보들의 출신을 안분하는 관행은 이어졌다. 2013년 이종휘 전 행장과 이순우 전 회장이 외부 인사인 김준호 전 부사장과 경합했다. 올해 임 회장이 선임될 때도 한일의 이원덕 행장·이동연 전 우리FIS 대표, 상업의 신현석 전 법인장이 최종 면접을 봤다.
한일 출신이 CEO 선임 최종 면접을 보지 못하는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상업의 경우 2008년 최종 후보를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번 숏리스트 압축으로 출신 안분 관행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이다.
◇'출신 은행' CEO 선임 기준에서 배제되나
이번 행장 선임 과정에서 상업 출신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은 존재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에 이어 지난해 이원덕 행장이 취임하면서 회장과 행장의 출신 은행을 달리한다는 관행이 깨졌기 때문이다. 상업 측이 철저히 배제된 만큼 이번엔 행장에 취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업 측 인사들을 배려해 이 부문장과 조 대표로 숏리스트를 구성했다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임 회장이 취임 과정에서 계파 갈등 종식을 선언한 만큼 자추위가 특정 은행을 지지할 순 없었다.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에서 출신 은행을 배제한 결과 상업 출신으로만 구성된 숏리스트가 나왔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앞으로도 지주나 계열사 CEO를 선임할 때 출신 은행을 따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회장은 계파 갈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CEO 육성 및 승계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일 출신이 행장이 되면 상업 출신이 소외되고 상업 측 인사가 행장이 되면 한일 인사들이 배제된다는 아우성이 매번 들렸지만 결과적으로 수년째 번갈아 행장을 맡아오지 않았나"라며 "어느 쪽에서 행장이 나오든 반대 편에서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낡은 관행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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