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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증권의 '암중모색' [thebell desk]

김일문 자산관리부장공개 2023-06-09 08:39:46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 슈퍼마켓을 표방한 포스증권이 여전히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파운트를 새로운 주주로 끌어들이고 자본확충을 단행하면서 제2의 도약을 기대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서 실적 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작년 감사보고서에는 포스증권의 막막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그 만큼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결손금 감소가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무상감자로 인한 재무적 개선일 뿐이다. 작년에도 전년과 비슷한 7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공모펀드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감소가 실적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지만 포스증권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모든 펀드를 가장 저렴한 수수료로 제공한다는 탄생 배경 자체는 상당히 이상적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펀드 가입 패턴은 이러한 이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펀드 가입 경로 가운데 여전히 가장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은행과 증권 등의 판매 채널이다. 수많은 운용사들로부터 쏟아지는 다양한 상품을 스스로 일일이 따져보고 비교해 가면서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지점 등에서 개인의 성향에 맞춰 추천하는 상품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직접 가입하는 소비자의 경우에도 대형 운용사의 간판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펀드 관련 지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로서는 군중심리로 리스크 헷지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으니 성과가 꾸준할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가 펀드 선택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판매사가 갖고 있는 헤게모니를 깨부수거나 대형 운용사의 특정 브랜드 상품에 대한 로열티가 사라지지 않는 한 포스증권은 살아남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소비자들이 펀드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춰 싼 수수료로 골라담을 수 있는 능력이 돼야 사람들을 포스증권 플랫폼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운용사들이 직판 채널을 키우려고 했다가 처참히 실패한 점은 이같은 현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중간 유통자인 은행과 증권사를 건너뛰고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는 직접 팔아보겠다고 했지만 소비자 유도는 커녕 철저히 외면당해 유지 비용으로 돈만 빠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펀드 시장은 와인마켓과 비슷하다. 전세계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빈티지와 품종, 작황마저 다른 수많은 상품 가운데 나한테 꼭 맞는 와인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지간히 와인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인 소믈리에가 아닌 한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저녁 식사에 곁들일 생각으로 와인을 찾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백화점, 와인샵에서 추천하는 상품을 선택하거나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브랜드를 고르기 마련이다.

포스증권은 일반 공모펀드 판매 외에도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등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모펀드의 경우 PB센터 등 지점 채널이 여전히 막강하고 모바일 앱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ETF는 아직 시스템 오픈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펀드 판매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계획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업수익에서 금전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치로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중환자실에서 언제쯤 심폐소생기를 떼어낼 수 있을까. 모두들 포스증권의 외로운 사투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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