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예상 빗나갔다...대규모 등급 하락 없었다①신평사 보수적 접근…'부정적' 전망 감소, 등급 조정에 일시적 '착시효과'
이상원 기자공개 2023-07-18 07:04:26
[편집자주]
2023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정기평정을 진행했다.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부동산 PF 리스크 등에 따른 기업 실적 급감으로 올해 정기평정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가운데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크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0: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2023년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 결과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강등 건수가 오히려 줄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대규모 강등이 예상됐지만 이 예상은 틀렸다.이번 정기평정에서 석유화학과 건설, 금융 등 업종과 롯데그룹을 제외하면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다만 하반기에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웃룩에 '부정적'을 다는 기업이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년만에 '하향세' 우위…석유화학·건설·금융 등에 집중
올 상반기 신용평가사 3사가 등급을 강등한 기업은 한국기업평가 15곳,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각각 11곳씩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용평가사별 상향된 등급 수는 한국기업평가 5곳,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각각 7곳, 12곳이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기업 신용도는 상향 기조가 뚜렷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과 기업의 보수적인 재무정책과 맞물려 신용등급이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부동산 PF 리스크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1년만에 하향 우위로 전환했다.
하향 조정은 석유화학, 건설, 금융 등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석유화학 업종에 변화가 컸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으면서 공급 부담이 지속됨에 따라 실적이 악화된 결과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 여천NCC, 효성화학 등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이번 정기평정에 앞서 건설 업종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대규모 강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태영건설과 한신공영만 강등 됐을 뿐 나머지 건설사들의 경우 당장은 등급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등도 강등을 면하지 못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리테일 사업 폐지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조정이 이뤄졌다. 바로저축은행, 오케이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오케이캐피탈, SK증권 등은 아웃룩에 '부정적'을 달며 하반기 강등 가능성을 높였다.
상향 조정은 실적을 크게 개선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우선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 증가로 우수한 건전성을 유지한 점이 등급 조정으로 이어졌다. 이외에 한화오션은 유상증자와 정책금융 지원으로 재무 안정성이 개선됐다. HD현대는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반영됐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실적 하락을 감안하면 이번 정기평정에서 신용등급 하락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올해 등급을 크게 낮췄다면 내년 실적 개선시 강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며 회복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신평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 '부정적' 아웃룩 확대 가능성
상반기 긍정적과 부정적 아웃룩 수는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부정적' 아웃룩(하향 검토 포함) 기업 수는 한국기업평가(35곳), 한국신용평가(24곳), 나이스신용평가(25곳)이다. '긍정적' 아웃룩(상향 검토 포함) 기업 수는 각각 16곳, 24곳, 2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까지 '긍정적' 아웃룩에 비해 '부정적'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 기준 '부정적' 기업에 대한 등급 조정과 함께 '안정적'을 부여 받아 비슷해졌다.
다만 하반기에는 '부정적'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변동성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의 실적 개선이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3사는 11월에 3분기 검토보고서를 기반으로 내년 1월까지 기업어음(CP)에 대한 평정에 들어간다. 이때 회사채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지는 만큼 대규모 강등이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반기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안정적' 아웃룩을 받아 '부정적' 기업수가 줄어든 것 같은 착시효과가 있다"면서 "신용등급은 후행적으로 나타난다. 내년에 업황 개선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올해 실적이 반영되면 추가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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