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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의 도전과 과제]순혈주의 타파로 '재무·리스크' 관리 역량 레벨업②CFO, 회장 측근 아닌 '자본시장 전문가'…CRO, 대형사 '리스크관리 사령탑' 영입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08 08:00:01

[편집자주]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선언으로 일약 금융권의 주인공이 됐다. 전환이 완료되면 DGB금융은 전국 단위 영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 개편, 재무·리스크 전문가 영입, PRM 제도 도입 등 수많은 혁신 끝에 가능해진 일이다. 더벨은 수년에 걸친 DGB금융의 도전을 조명하고 새롭게 주어진 과제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31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자본금,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임원진 경쟁력도 자신하고 있다. 수년간 각 분야에서 역량을 입증한 인물들을 영입하면서 노하우를 흡수했다. 이와 같은 인사 기조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후 순혈주의를 타파하면서 가능했다.

외부 출신 임원들은 금융기관 경영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자리에 배치됐다. CFO에 CEO의 측근을 기용하는 금융권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본시장 전문가를 중용해 자금 조달과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하게 했다. CRO에는 대형 금융지주 출신을 임명해 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CFO 외부 영입 기조, '지주→은행' 확장

DGB금융지주는 김 회장 취임 후 CFO직을 외부 출신에게 맡기는 인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영석 전 전무는 옛 장기신용은행(현 KB국민은행), KB자산운용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했고 2020년 DGB금융에 합류했다. 올해는 천병규 전무가 배턴을 이어 받았다. 천 전무는 우리CS자산운용, NH투자증권, DGB생명 등을 거쳐 지주 CFO가 됐다.

왼쪽부터 김영석 전 DGB금융 전무, 천병규 DGB금융 전무, 이은미 대구은행 상무

올해는 은행 CFO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SC싱가포르,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HSBC 서울지점, HSBC 홍콩 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한 이은미 상무가 대구은행에 합류했다. 재무라인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인사 코드가 뿌리 내린 셈이다.

금융권 인사 관행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방식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CEO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CFO를 맡는 경향이 강하다. 또 대부분 은행 출신이 지주 CFO를 맡는다. 금융지주가 은행 중심으로 운영되고 지주 CFO는 경영 근간을 이루는 자금 조달과 운용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인사 담당 임원을 맡았던 김 회장의 의중이 변화를 만들었다. 김 회장은 지주 CFO가 반드시 은행 출신일 필요가 없다는 인사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금융그룹이 균형 잡힌 성장을 하려면 은행업에 편중되지 않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천 전무는 자산운용업, 증권업, 보험업을 두루 거쳤다.

자본시장 전문성도 CFO 선임에 고려했다. DGB금융은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를 대거 늘렸고 이젠 시중은행 전환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한 단계 체급을 높이려면 자금 조달과 운용 전문성을 갖춘 인물에게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글로벌 역량도 평가 기준 중 하나다. DG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0%를 웃돈다. 또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는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 재무라인의 글로벌 전문성을 강화해야 했다. 천 전무는 홍콩폴리텍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NH투자증권 홍콩법인 트레이딩 헤드를 지냈다. 이 상무는 외국계 금융사에서 줄곧 근무했다.

◇CRO에 강한 권한 부여…준법감시인도 외부 출신

DGB금융은 2022년 CFO에 이어 CRO 자리도 외부 출신으로 채웠다. 신현진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당초 대구은행 CRO가 지주 CRO를 겸하는 은행 중심의 리스크관리 체계였다면 신 전무 취임으로 지주가 계열사 리스크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신 전무는 KB금융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한 장본인이다. KB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팀, 리스크관리부, 지주회사설립기획단을 거쳐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장을 맡아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를 관리했다. 이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후엔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맞춰 리스크 관리 체계를 발전시켰다.

김 회장이 KB금융에서 신 전무를 영입한 건 대형 금융지주에 뒤처지지 않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CRO의 권한이 다른 임원들에 비해 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CRO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DGB금융은 한발 더 나아가 준법감시인도 외부 영입 인재에게 맡겼다. 구은미 전무는 법무법인 지성, 광장 등에서 근무한 변호사로 농협중앙회, 대구은행을 거쳐 DGB금융지주에서 준법감시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과거 비자금 사태를 겪은 DGB금융은 신뢰 회복을 위해 임직원과 이해관계가 없는 구 전무에게 내부통제를 일임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은 은행에 입행해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야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인사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추후 인재 영입을 넘어 그룹 내부에서도 임직원들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주특기를 만들 수 있도록 인사 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진 DGB금융 전무(좌), 구은미 DGB금융 전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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