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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LG화학 최저점 탈출구는외국인도 등돌린 '차화정' 대장주, 증권가 내년 원복 '긍정회로'

문누리 기자공개 2023-08-31 14:17:5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0: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차화정'을 아시나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2~3년간 국내 증시를 주도한 유행어인데요. 자동차, 화학, 정유산업의 앞글자를 딴 말입니다. 당시 LG화학은 화학업종의 대표주자였습니다.

2017년부턴 LG화학이 실적 호조세를 보여주면서 주가도 기존 25만원대에서 40만원대로 급상승했죠. 2020년대 들어선 배터리 사업이 뜨면서 주가가 폭등해 2021년 1월15일 기준 105만원이라는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내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주식시장 대표주가 됐죠.

그때가 '상투'였을까요. 위엄있던 LG화학 주가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말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하면서 주가가 60만원대로 하락했는데요.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투매를 시작한 영향이었습니다. 당시 국민연금도 주주가치 훼손 이유로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분할을 반대하며 34만주 가량을 매도하기도 했죠.

이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던 LG화학 주가는 60만원대에서 40만원대까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22년 3월18일 최저점 43만7000원을 기록한 뒤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전보다 속도가 더딥니다.

특히 최근 한 달간은 LG화학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했는데요. 지난달 24일 71만3000원이던 주가는 21% 급락해 56만원선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이달 25일 기준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3% 하락한 56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최저입니다.

◇Industry & Event

주가를 지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요소는 실적입니다. 투자자들은 과거와 현재의 실적과 수익성을 근거로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한동안 잘 버티던 LG화학 실적이 지난해부터 휘청이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일부 사업 적자까지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린 영향이 컸습니다.

배터리사업부 같은 주요 사업부가 빠지더라도 여타 포트폴리오가 펀더멘털 중심추를 잡아준다면 분할 당시 반대표를 던지던 투자자들도 투매하지 않고 조금더 믿어보려 할 겁니다. 하지만 LG화학 양대 축 중 하나였던 석유화학부문은 적자를 기록하고 양극재부문마저 실적 부진을 보이니 투자자들 실망감이 주가로 반영된 모습입니다.


만약 하반기에라도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2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3분기에도 LG화학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습니다.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습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수요 회복은 늦어지는데 중국 자체적으로 증설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련 수요가 국내로 들어오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이같이 언제 업황 회복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매도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집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2위에 LG화학이 오를 정도였습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LG화학 주식을 5600억원어치 넘게 팔았습니다.

외국인 매도세 배경 중 하나로 신용등급 하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5월 LG화학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조정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을 제외하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크게 늘지 않은데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차입금 레버리지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에선 올해 하반기 LG화학 주가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목표주가 하향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LG화학에 대해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들을 보면 유안타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내려놨습니다. 가장 많이 목표주가를 낮춘 유진투자증권은 90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80만원과 88만원, 90만원으로 낮췄는데요.

이들 모두 목표주가는 내렸지만 매수 의견은 유지했습니다. 사실 낮춘 목표주가도 현재의 50만원대 주가에 비해선 높은 편인데요. 이는 LG화학이 전지소재와 친환경소재, 신약 등 3대 성장동력을 핵심축으로 매출비중을 2022년 21%에서 2030년 57%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달성한다면 장기적으론 현재가 저점이라 매수하기 좋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공장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사업 정리도 병행해 효율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양극재 수익성 둔화 우려가 있으나 이는 이미 메탈 가격 하락세 등을 통해 예상된 내용"이라며 "여수 NCC 2공장 매각, 전지소재 포트폴리오 및 고객사 다변화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저평가 해소 요인은 존재한다"고 평했습니다.

유일하게 목표주가를 낮추지 않은 유안타증권의 경우 좀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가장 높은 목표가 90만원을 그대로 유지한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정체기를 지난 후 내년께 복원이 기대된다"며 "교환사채 발행으로 재무부담을 줄여 주가 지지선을 확보한 데다 내년 화학 흑자전환과 미국 배터리 판매 등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황 연구원도 하반기 중에는 60만~75만원대 약세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Keyman & Comments

주가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시장 관계자들이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배경에는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동석 사장의 소통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2019년 9월 CFO에 선임된 이후 가장 큰 이벤트였던 2020년 전지사업본부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던 만큼 투자자 친화 제스처를 다양하게 취해왔는데요.

전지사업본부 분사 소식이 알려진 2020년 9월 16~17일 이틀간 주가가 11% 빠지자 차 사장은 긴급 컨퍼런스콜을 열고 "LG화학이 절대적인 지분율을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며 주주들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컨콜 다음날인 18일 LG화학 주가는 3.3%가량 회복했죠.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같은해 10월 중순 차 사장은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분할로 인한 불확실성을 없애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3년 동안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배당성향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30%를 지향하겠다고 덧붙였죠.


이후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이슈 등 정보를 제공하는 미팅을 연간 기존 400회에서 600회가량으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신학철 부회장이 직접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차 사장 등 C레벨 주관으로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여는 것도 새로운 변화였습니다.

올해 5월 중순엔 신 부회장이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성장 전략을 포함한 2030년 3대 신성장동력 매출 계획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신 부회장은 전지 소재 매출을 2022년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30조로 6배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LG화학 전지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의 매출 비중은 2022년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 두 배 넘게 뛰게 됩니다. 이제 관건은 기대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LG화학 IR팀 관계자는 "3대 신성장 동력 사업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드린다면 기업가치 역시 같이 증대할 것"이라며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포트폴리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가운데 투자 심리에도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생길지 주목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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