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2000억 메자닌 잡았다…한국증권 ECM부 '두각'연초 1~2부 확대 재편 강수…기관 네트워크, 오버부킹 딜 확보
양정우 기자공개 2023-09-25 07:28:1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나노신소재가 발행하는 2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딜을 거머쥐었다. 커버리지 본부 산하 ECM부를 확대하는 강수를 둔 뒤로 코스닥 상장사의 조달 니즈에 대응하는 영업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사모 메자닌의 발행에서는 증권사가 총액인수에 나서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를 주선하는 업무만으로도 100bp에 가까운 수수료를 거두고 있다.
◇뭉칫돈 몰린 나노신소재 메자닌…돋보인 ECM 1부 '영업력'
21일 IB업계에 따르면 나노신소재는 최근 1950억원 가량의 사모 메자닌(CB 950억원, BW 1000억원)을 찍었다. 발행 업무를 담당한 건 한국투자증권의 ECM 1부로 파악된다.
본래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코스닥 상장사의 자금 조달을 ECM부가 담당해왔다. 이 부서는 올해 초 ECM 1~2부로 확대 개편됐다.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와 메자닌 발행에서 수익 창출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ECM 1부는 채승용 이사, ECM 2부는 장동욱 이사가 부서장 역할을 맡고 있다.
2000억원에 가까운 사모 메자닌 딜은 국내 시장에서 한 해를 통틀어 손꼽히는 빅딜이다. 단지 규모만 큰 게 아니라 고금리 여건에서 만기이자율 0%로 발행됐을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딜이기도 하다. 그만큼 발행사가 조달 루트가 막혀 메자닌을 찾은 게 아니라 가장 유리한 구조의 비히클을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노신소재는 투자 시장에서 '핫'한 기업이다. 독보적 기술력을 토대로 2차전지 전극에 적용되는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CNT 도전재는 차세대 실리콘음극재를 구성하는 필수 소재로 꼽히면서 2차전지 소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는 코스닥사의 조달 니즈를 발빠르게 파악해 대규모 메자닌 딜을 확보한 것이다.
ECM 1부는 채 이사를 비롯한 실무 일선의 기관 투자자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대 수요처인 헤지펀드 운용사를 비롯해 캐피탈사, 신기술금융회사, 벤처캐피탈 등을 상대로 알짜 딜을 소개하면서 신뢰를 다져왔다. 이번 2000억원 수준의 딜도 GVA자산운용, 씨스퀘어자산운용 등 36곳에 달하는 기관을 상대로 소화했다. 폭넓은 네크워크를 갖춘 덕에 3000억원에 가까운 투자 수요를 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ECM부는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던 코스닥 기업의 사후 관리도 맡고 있다"며 "IPO 파트가 증시 입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커버리지 파트에서 추후 조달을 담당하고자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 메자닌 딜은 공모 성격이 없는 만큼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시된다. 발행을 주도한 증권사는 물론 수수료도 공개되지 않는다.
IB업계의 관행상 증권업계는 사모 메자닌 딜을 수행하면서 100bp 안팎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일 2000억원 규모의 딜이었다면 20억원을 받는 것이다. 물론 발행 규모와 흥행 성격에 따라 수수료율이 바뀌는 만큼 나노신소재 딜에서 100bp 가량이 책정된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메자닌 딜도 여느 주관(주선) 업무에 못지 않는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사모 메자닌 딜도 총액인수와 유사한 구조로 소화되기도 한다. 단순히 기관 투자자에 딜을 제시해 중개를 맡는 게 아니라 일단 자체 북(book)으로 인수한 뒤 곧바로 셀다운(sell down)에 나서는 방식이다. 투자 기관의 수요가 확실할 경우 발행사를 안심시켜 영업력을 배가하는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덮치기 전까지 국내 사모 메자닌 시장은 성장 일로를 걸었다. 증권사마다 성장 여력을 확인한 후 전담 조직을 강화해 나갔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메자닌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고수할 것으로 판단한 끝에 ECM부를 확대 개편하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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