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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3]"다국가 경험이 새로운 금융 아이디어 원천"(4)도건우 신한은행 뉴욕 지점 본부장 "인수금융·텀론B 등 가보지 않은 길 개척"

뉴욕(미국)=최필우 기자공개 2023-10-17 07:13:46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회사 해외 법인장과 지점장은 국외 여건 상 최종 의사결정을 직접 내려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CEO가 됐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책임이 크지만 그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에 도전할 기회도 많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인도, 필리핀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미국 뉴욕에서 시도할 수 있는 금융 아이디어 원천이 됐습니다."

도건우 신한은행 뉴욕 지점 본부장(사진)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 지점장 사이에서 큰 형님으로 통한다. 뉴욕 지점장 중 연배가 높고 현지에 머무른 기간도 가장 길기 때문이다. 2020년 초 뉴욕 지점장에 취임한 그는 4년차를 보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인도, 필리핀 등 신흥국에서의 재직 기간을 포함하면 도 본부장의 글로벌 경력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그는 대부분 현지 점포 개점이나 신흥 시장 채널 확대 임무를 맡았다. 뉴욕 지점장으로 부임한 후에도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상품을 취급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했다.

◇'우즈벡·인도·필리핀' 신사업 DNA, 뉴욕 지점에 이식
도건우 신한은행 뉴욕 지점 본부장이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더벨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 본부장은 은행원 경력 초반을 인사(HR) 분야에서 보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신한카드와 LG카드 합병 작업에 참여하는 등 본사 지원 업무가 그의 주특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의 경력이 전환점을 맞은 건 2008년이다. 당시는 국내 금융권 전반이 글로벌 진출 강화를 모색하던 때였다. 신한은행도 금융권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각 분야의 핵심 인력을 글로벌 조직으로 차출했다.

도 본부장은 2008년 우즈베키스탄 법인을 설립하는 팀에 편제됐다. 현지 법인을 세운 국내 금융회사가 없어 우즈베키스탄은 미지의 땅으로 여겨졌다. 현지를 오가는 고강도 업무를 즐길 정도로 글로벌 업무가 적성에 맞았지만 예기치 못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도 본부장은 "글로벌 조직에서 금융위기를 경험했을 때 이 업무가 정말 예측하기 어렵고 녹록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면서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추진하는 신한의 조직 문화가 바탕이 되면 전 세계 시장에서 해볼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느꼈고 제대로 해봐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도전에서 쓴 맛을 본 그는 인도 채널 확대 특명도 받았다. 신한은행은 1996년 국내 은행 최초로 인도 뭄바이에 진출했으나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이 2010년대 초반 인도에 대거 공장을 신설하면서 신한은행에게도 기회가 왔다. 도 본부장은 뉴델리, 첸라이, 뿌네 등의 지역에서 지점을 신설 또는 강화하는 역할을 3년 반 동안 수행했다.

2013년 초 지점장으로 승진하면서 잠시 대구에 머무른 그는 2015년 다시 글로벌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엔 필리핀 마닐라 지점 개점을 맡았다. 20여년간 문호가 닫혀 있던 필리핀 금융 시장이 2014년 베니그노 아키노 정권 말기에 개방되면서 신한은행이 진출 기회를 잡았다. 도 본부장은 마닐라 지점 개점을 주도한 데 이어 지점장을 맡아 3년 간 재직했다.

도 본부장은 2020년 초 뉴욕 지점장에 취임하며 글로벌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각지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그는 뉴욕 지점을 이끌 적임자였다. 도 본부장은 현지 직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도 본부장은 "신한은행이 뉴욕에서 진입할 수 있는 분야를 분석하고 고민하기 위해 역량을 갖춘 인력 충원에 공을 들였다"며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취급하려면 내부통제와 투자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신한은행 뉴욕 지점은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도건우 신한은행 뉴욕 지점 본부장이 미국 뉴욕 7번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더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외국계은행협회 가입해 내부통제 강화…인수금융, IB 대출 한 축 자리매김

도 본부장은 뉴욕 지점장 취임 후 자산 성장과 새로운 상품 도입을 고민하기에 앞서 내부통제 강화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검사 등급이 떨어지면 기존 영업 업무를 유지가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의 금융 감독 기관을 상대해본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는 뉴욕에 진출한 다른 한국계 은행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일하게 현지 외국계은행협회에 가입해 미국 금융 규제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쓴다.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 유동성 리스크와 상업용부동산 리스크를 기민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도 본부장은 "미국은 그간 경험해 본 국가 중에서도 감독 당국의 규제가 엄격한 편"이라며 "지점에는 감사부가 따로 없어 가장 우수한 펌을 활용해 감사 체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상품을 취급할 때는 긴 호흡을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도 본부장은 뉴욕 지점장으로 재직하면서 뉴욕 지점을 신한은행의 머니 마켓 센터(Money market center) 역할을 강화했다. 뉴욕 지점은 모행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012년 국내 은행 최초로 발행한 외화양도성예금증서 잔액은 최근 6억달러(약 82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미국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등 조달 수단도 다변화했다.

인수금융도 신한은행 뉴욕 지점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분야다. 한국계 은행 뉴욕 지점 대부분 IB 데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지점에서 인수금융을 취급하는 건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 뉴욕 지점 인수금융 잔고는 올 상반기 기준 1억3500만달러로 전체 IB 대출 8억7000만달러의 15%를 웃돈다. 현지 IB의 한 축을 인수금융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텀론B(Term loan B) 역시 신한은행 뉴욕 지점이 유일하게 취급하는 상품이다. 텀론B는 일반적인 대출인 텀론A(Term loan A)와 달리 은행이 아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거래된다. 기업금융 성격을 가진 신디케이션 론으로 현지 기업이 대출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을 거래하기 위한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도 본부장은 "인수금융과 텀론B를 취급할 수 있게 된 건 IB 데스크와 심사팀을 꾸준히 보강한 결과"라며 "프론트 직원을 추가적으로 충원해 지점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자산 성장을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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