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글로벌, M&A 마중물 'CB' 소각에 담긴 의미는 계열사 합병 통한 사업분야 재편+강신원 전무 합류 후 기조 변화
최은수 기자공개 2023-11-06 13:14:36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08: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온스글로벌이 'M&A 마중물'로 삼았던 마수걸이 전환사채(CB)의 소각을 단행했다.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이슈 차단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업분야 재편 및 강화를 위해 13곳에 달했던 계열사 통합을 진행하도고 해당 CB 지우기에 나선 점도 의미심장하다.앞서 CB는 M&A로 그룹 성장 지도를 제시하던 윤보영 사장 체제에서 만들어낸 유물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바뀌고 그룹의 기조가 변하면서 전략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윤성태 '회장' 체제 후 사업재편 시작… M&A 통한 외연 확장보다 '시너지'에 방점
휴온스글로벌은 최근 지난 2021년 11월 1일에 발행한 전환사채 500억원에 대한 콜옵션 행사와 풋옵션 상환을 결정했다. 콜옵션 규모는 최대 행사할 수 있는 발행가액의 40%인 200억원 규모다. 접수된 조기상환 전환사채는 218억원이다. 휴온스글로벌에 남아있는 전환사채는 82억원으로 전환가능한 주식수는 20만9482주로 줄었다.
휴온스글로벌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콜옵션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전환사채를 지워 오버행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회사 가치 증대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전환사채 콜옵션을 행사한 뒤 이를 전량 소각하면서 잠재된 전환 물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해당 CB가 휴온스글로벌 창립 후 처음 발행한 건이라는 점이다. 세부 용처를 살펴보면 운영자금(100억원)과 타법인출자를 위한 증권 취득자금(400억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에 상환한 CB는 운영자금 지출액을 제외한 나머지에 M&A에 활용했던 자금에 해당한다.
2021년 발행할 당시 휴온스그룹은 계열사 숫자가 창립 후 최대인 13곳에 달했다. 본업인 제약업에 M&A를 앞세워 그룹이 성장한만큼 해당 CB는 휴온스그룹의 지속적인 M&A로 외연을 확장할 의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듬해 오너 2세 윤성태 부회장이 회장에 올랐고 전 계열사에 전문경영인 체제까지 도입하며 변화가 시작했다. 윤성태 회장 체제 후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사업분야 재편이다. 휴온스푸디언스(휴온스네이처+휴온스내츄럴), 휴온스메디텍(휴온스메디케어+휴온스메디컬), 휴엠앤씨(휴앰앤씨+휴베나) 등 통합법인이 나타난 것도 이 때부터다.
◇'마수걸이+이자율 0% CB=전임 CFO의 유물'… 강신원 전무 체제서 소각 주목
휴온스그룹은 M&A를 통한 성장과 사업 확장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즉 해당 CB 소각을 M&A 중심의 외연 확대 가능성이 사라졌음과 결부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고금리 상황에서 '표면+만기이자율 0%'인 CB 소각을 단행한 데에는 주주가치 제고 외에 또 다른 이유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당 CB가 전임 CFO인 윤보영 전 사장 체제에서 발행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윤 사장은 제일약품 회계팀장을 거쳐 2006년부터 인적분할 이전인 휴온스에 몸담아왔다. 오랫동안 윤 회장을 보좌하며 지주사 기틀을 세운 인물로 꼽힌다.
휴온스글로벌은 두 차례 분할을 거쳐 순수 지주사로 변모했는데 이 과정에 윤 사장 또한 함께 했다. 윤 사장은 2016년 인적분할 뒤에도 휴온스글로벌 재무기획본부장, 재무관리지원부문장을 맡았고 2019년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휴온스그룹의 성장을 함께 지켜본 인물이다.
해당 CB 발행 전후로 CFO가 바뀐 점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의 그룹의 투자를 위한 마지막 유동성 확보 임무가 바로 앞서 CB였다. 이후 윤 사장은 강신원 신임 CFO(전무)에게 배턴을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강 전무는 제약과 비제약업계를 오가며 CFO로 일했다. 강 전무는 특히 차분한 성격이며 '조직 및 재무 관리'에 강점을 보이는 커리어를 쌓아왔다. 휴온스글로벌은 지주사 전환 이후 자회사·손자회사 신규 설립·인수·합병 등을 병행해 그룹 진용을 가다듬는 작업도 강 전무 합류를 전후해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온스그룹은 중견제약사 가운데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1조 매출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며 "그간은 빠르게 덩치를 키우기 위해 M&A에 많은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그룹'에 걸맞은 재무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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