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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후계자들은 지금]삼화페인트 곳간 쥔 김현정 전무, 승계 준비 '착착'④변호사, 회계사 자격 보유…관계사 이노에프앤씨 활용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3-11-09 07: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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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어떤 일이나 사람의 뒤를 잇는 인물을 뜻한다. 특히 레미콘·시멘트 분야를 포함한 건자재 업계에는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이미 경영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계자들이 여럿이다. 사업 다각화나 글로벌 무대 진출로 자신만의 사업을 구축하고 있는 오너 3·4세가 대표적인 예. 이젠 창업주의 손주로서뿐만 아니라 왕국을 발전시키는 기업가로서 그룹을 책임지는 '가장'이 돼 있다. 올해도 역시 승계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 가운데 이들의 비중과 역할은 어떻게 더 확대돼 왔을까. 더벨이 건자재 오너가의 현상황과 과제, 그리고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현정 삼화페인트 전무의 궤적에는 이유가 있다. 김 전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영리하게 활용해 온 오너 3세다. 전문성이 입증된 변호사,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등에 업고 관련 분야에서 자신만의 경영 능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처음 맡은 '경영지원부문장'도 원재료 구매·재무에 목적을 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이다. 회계 지식을 갖춘 그에게 안성맞춤이다. 회사 내 보폭 외에도 본인이 대주주인 관계사 이노에프앤씨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등 승계 과정을 착착 밟고 있단 평가다.

◇사실상 CFO 역할 수행…'유동성 확보'에 방점

삼화페인트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388억원, 총차입금은 1600억원 기록했다. 현금은 작년 말 대비 30억원 증가, 차입 규모는 200억원가량 늘었다.

자본적 지출(CAPEX) 비용은 최대한 줄였다. 삼화페인트는 2018년 상반기 이후 꾸준히 80억~100억원대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CAPEX는 56억원으로 줄였으며 사업보고서상에선 아예 향후 1년 내 추진 투자 사항을 "없음"으로 기재했다.

이러한 변화는 김 전무의 부임과 맞물려 있다. 오너 3세인 그녀는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지원부문 수장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말 신설된 이 조직은 기존 재경부와 구매부를 산하로 두며 탄생했다. 원재료 구매·재무 업무를 총괄한다. 비슷한 시기 폐지된 전략지원실의 업무도 일부 흡수했다. 글로벌 확장 전략 수립이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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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보유한 재무·회계 전문가이기에 사실상 CFO의 역할을 줬단 평가다. 특히 김 전무는 4년 전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해 사업 지원 영역에도 전문성이 있다. 그간 관계사인 이노에프앤씨(F&C) 관리본부장, 삼화페인트 전략지원실장 등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를 지속해서 맡아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무는 재무의 키를 잡자마자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해 온 모습이다. 지난해 영업이익(198억원)이 코로나19 이전 실적 수준을 회복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 대신 현금 확보에 나섰단 관측이다. 원재료인 유가와 건설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특성상 등 외부 환경이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반기에 환율 안정화와 제품 단가 인상이 효과를 낸 덕택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137억원)은 전년 상반기(135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금 창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전무의 선제적 현금 마련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삼화페인트 관계자 "김 전무가 재경부와 구매부를 산하에 두고 경영지원부문을 총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위: 억원, 다트

◇소탈하고 유연한 성격…이노에프앤씨 순익 증가 추세

김 전무는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의 맏딸이다. 남동생인 김정석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삼화페인트의 사실상 유일한 승계 후보자인 터라 재계에선 김 전무의 역할 확대를 두고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김 전무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후하다. 경영지원 분야에서 일하면서 소탈하면서도 유연한 성격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지원부문을 이끌면서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드는 차원에서 직접 △호칭체계 단순화 △조기승진제도(Fast-Track) 도입을 앞장서 진행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최근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지만 지분 승계 만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삼화페인트 지분율을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김장연 회장이 27.30%, 김 회장의 누나인 김귀연 씨가 1.50%를 그리고 김 전무가 0.04%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물려 받으려면 부친 지분을 증여받거나 매집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까마득하다.

김 전무가 관리본부장으로 일했던 관계사 '이노에프앤씨'가 승계 과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노에프앤씨는 삼화페인트의 도료를 받아 판매하는 일종의 도매업체다. 그녀는 현재 이노에프앤씨의 지분 31%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중 삼화페인트는 9%, 남동생 김정석 씨 등 3인이 60%를 나눠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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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노에프앤씨의 실적 공개는 지난 2020년 감사보고서가 마지막이다. 다만 삼화페인트의 타법인출자 현황을 통해 살펴본 이노에프앤씨의 순이익은 2020년 이후 꾸준히(7억원→17억원→17억원) 늘고 있다. 재계에선 김 전무가 배당금 수익을 얻거나 주식가치를 더 키워 추후 승계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친인 김 회장이 여전히 '그룹경영 전반총괄'로 활발히 업무를 보고 있어 경영승계는 아직 이르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무가 삼화페인트에 직접 발을 들인 지도 아직 만 4년이 되지 않아 더 확실한 경영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아직 후계 구도에 관해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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