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전남 화순]설립 20년차인 올해가 클러스터 패러다임 전환 원년④'35년 삼성맨'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 원장 "수도권 열위 극복할 인프라 구축 첫발"
화순(전남)=최은수 기자공개 2023-11-28 12:50:17
[편집자주]
바이오 클러스터의 아이콘 미국 보스턴. 한 세대 이상 구축된 각종 신약개발 인프라는 세계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이 보스턴을 '글로벌 바이오 메카'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보스턴을 꿈꾸는 바이오 클러스터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자의 역량과 매력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산학연 그리고 임상 병원의 유기적 연계가 갖춰진 전국 각지의 'K-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9: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순이 멀다고요? 행정수도인 세종을 기점으로 접근 거리를 생각해 보십시오. 서울과 화순 거리가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로 바이오 산업 관점에선 상경(上京)이 아니라 하경으로 부르도록 바꿔나갈 겁니다."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사진)은 작년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특강을 진행하던 중 바이오 클러스터의 본격적인 태동을 직감했다. 35년 삼성맨 출신인 그가 작년 돌연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직을 내려놓고 올해 연고도 없는 전남으로 향한 배경이다.
다만 삼성에서 갖은 경험을 쌓은 그 역시 인적재원 공급에 대한 난제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바이오 클러스터 1번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판단했다. 진흥원장으로서 부임 첫해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국 성과를 만들어냈다.
◇"국내 유일 산학연병 얽힌 입지 조건과 공간… 벽지 인식만 극복하면 모든 게 완벽"
사실 윤 원장을 전남으로 이끈 직접적인 원동력은 진흥원이 아닌 전남 화순 클러스터의 '성장 가능성'이었다. 외부인의 관점에서도 화순 바이오 클러스터의 인프라는 충분했다. 그러나 수도권으로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난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윤 원장이 부임 후 가장 먼저 설립 20년을 맞은 전남바이오진흥원 CI 새단장을 단행한 것도 이같은 판단과 무관치 않다. 윤 원장은 "대한민국 남부에 '바이오헬스케어 거점'이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를 담은 역동적인 CI를 만들었다"며 "지역의 다이나믹을 최대한 잘 표현해내야 그나마 인적자원의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화순의 클러스터 입지는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로 선정된 전후가 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윤 원장은 "국내 어디를 둘러봐도 산·학·연·병을 아우를 수 있는 클러스터 기능을 갖춘 곳이 없었다"며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에서 연간 천명에 가까운 인적 자원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글로벌 캠퍼스는 해외 우수 자원 확보와 함께 지역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인재 창출 기능도 한다. 윤 원장은 "캠퍼스에 들어오려는 해외 인재들은 3개 국어 이상을 할만큼 열의와 역량이 가득하다"며 "해외 우수 자원을 화순에 꾸준히 공급하고 지역 인재를 대상으론 퍼실리티 엔지니어 관련 교육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자립' 토대로 전남바이오진흥원을 공적기관 너머 준기업으로"
윤 원장이 설명하는 전남바이오진흥원은 지방공적기관 가운데 재정 규모가 탄탄하기로 세손가락 안에 든다. 특히 다른 시도와 달리 레드, 그린바이오 6개 센터가 진흥원이라는 조직 산하에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모든 바이오를 아우를 수 있는 융복합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바이오헬스케어 거버넌스가 잘 정비된 것도 특징이다.
윤 원장은 진흥원의 성장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극 접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절 그가 경험한 3대 경험 방침은 수익창출을 통한 지속성장, 바이오 선도기업으로서 사업을 통한 사회적 기여, 임직원 개개인이 전문가로서 성장·발전이었다.
장기적으로는 진흥원의 재정자립을 노리고 있다. 윤 원장은 "진흥원은 공적인 조직이니 공익성과 수익성의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게 기업논리와는 다르다"며 "하지만 사회적 통합가치 창출 측면 본다면 본질적 차이는 없으니 즉 준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이미 총 6개의 관련 센터(생물의약연구센터·국가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국가미생물실증지원센터·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국가면역치료혁신센터)가 기업과 협업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클러스터가 성장할수록 진흥원이 꿈꾸는 이후의 미래도 선명해진다는 뜻이다.
윤 원장은 "바이오기업 성장을 '진흥'하는 원의 본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이같은 기능이 선순환으로 진행되면 약 3대 7 정도의 재정자립 비율 역시 언젠가 온전히 서게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장기적으로 전남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와 광주의 AI·의료기기를 연계한 첨단의료 복합단지 지정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며 "이미 화순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가 전남 지역의 주요 자산이 된 만큼 지근거리에 있는 광주의 AI·의료기기산업까지 한 글로벌 중점 클러스터로의 길을 진흥원이 함께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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