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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CP 공세' 데자뷔…만기구조 '단기화' 2013년 회사채·기업어음 두루 발행 '비슷'...작년부터 단기성 자금 조달 '선회'

권순철 기자공개 2023-12-27 14:54:18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이 올들어 채권 시장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연초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시작으로 기업어음(CP)과 사모채도 적극적으로 발행했다. 최근에는 만기가 1년에 가까운 CP와 사모채를 연속으로 찍으면서 올해 조달한 자금 총액을 7250억원으로 늘렸다.

자금 조달 창구로 회사채뿐만 아니라 CP까지 동원했던 적은 2013년 이후 올해가 유일하다. 2015년부터 회사채 일변도였지만 작년 들어서 CP 의존으로 선회했다. 다만 만기 구조가 대부분 1년 이하로 구성되어 있어 10년 전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단기성 자금 위주 조달이 올해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10년 전 '그때 그 모습'...회사채·기업어음 두루 발행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탈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2일 363일물 기업어음(CP) 1000억원을 발행했다. 해당 CP의 표면 금리는 공시되지 않았지만 1년물 CP의 민평금리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12일 기준 롯데건설의 1년물 CP 민평금리는 6.60%이다.

롯데건설은 이번 달 만기가 도래하는 CP 잔액을 차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12월에 CP 발행 잔액 15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만기 재연장을 위해 CP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가까운 시일 내 사모채로 600억원을 추가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올해 롯데건설은 공모채뿐만 아니라 사모채, 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폭넓게 채권을 발행했다. 12일 기준 롯데건설은 총 7250억원을 회사채 및 단기금융시장에서 확보했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3100억원은 만기 1년 미만의 CP 발행으로 충당했다. 올해 초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으로 시작을 끊은 데 이어 사모채 시장의 문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6월 950억원, 9월 100억원에 이어 발행 예정인 600억원까지 합치면 총 1650억원을 사모채로 조달했다.

롯데건설이 회사채 시장과 CP 등 단기금융시장을 동시에 드나든 것은 최근 10년을 돌아봐도 올해가 유일하다. 그동안 롯데건설은 회사채 일변도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탄탄한 실적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공모, 사모채 가리지 않고 회사채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권면 총액 기준 롯데건설은 2조 3291억원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했다. 이중 50.70%인 1조 1810억원을 공모채로 조달했다.

롯데건설이 마지막으로 회사채와 CP를 두루 취급했던 시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발행 규모나 구성 측면에서 2013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당시 롯데건설이 발행한 채무 증권 규모는 9840억원이었다. 공모채로 4900억원, 사모채 1100억원 그리고 CP로 3840억원을 끌어들였다. 이중 CP는 만기가 2~4년인 장기 CP였다.
출처: 롯데건설 2013~2023 사업보고서

◇ 만기 구조 10년 전이 더 '다양'...작년부터 단기성 자금 위주 조달

다만 만기 구조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2013년 롯데건설이 발행한 회사채와 CP의 만기는 1~4년으로 다양하다. 반면 올해 찍은 채무 증권들의 만기는 대다수가 1년 이내다. 올 초에 발행한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도 내년 1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 6월에 찍은 950억원 규모의 사모채가 만기 2년으로 가장 길다.

2013년과 비교해서 단기 차입금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13년 기준 롯데건설의 단기 차입금은 386억 9312억원, 유동성 장기부채는 5806억원으로 부채 총계에서 17.59%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단기 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는 2조원으로 불어났다. 전체 부채에서 31.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출처: 롯데건설
롯데건설이 단기 위주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 배경에는 차입 부담이 거론되고 있다. 작년부터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중장기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되었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의 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까지 20%대를 유지해오다가 작년 40%로 훌쩍 증가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2021년 말 109.8%에서 2022년 말 264.8%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 주요 재무 지표가 개선되었지만 국내 신용평가 3사들은 잠재적인 재무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양 경기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향후 롯데건설의 재무 구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사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과 아웃룩을 'A+,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3월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27.5%로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중기적인 재무부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부터 공모채가 아닌 CP 위주로 선회한 것도 동일한 맥락을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채에 의존해왔던 롯데건설은 2022년부터 CP 의존도를 높였다. 작년 롯데건설이 찍은 채무증권은 총 1조 4640억원으로 이중 72.8%를 CP를 통해 모집했다. 올 초에 추진한 공모채 발행도 좋지 못한 성적표를 거두었다. 모집 예정 금액은 25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16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만기가 1년에 가까운 CP의 발행 빈도도 늘어났다. 작년 롯데건설은 364일물 CP를 4회 발행하여 2800억원을 확보했다. 2013년 만기가 최대 4년인 장기 CP를 발행한 이후 9년만에 1년물에 가까운 CP를 찍었다. 통상 CP를 발행할 때 만기가 1년을 넘어가면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공모채 발행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수요예측이 필요없고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만기가 1년에 걸치는 CP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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