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SK㈜ vs ㈜LG]각기 다른 이사회 경영 만들어낸 차이는④[이사회]SK㈜ 잦았던 지배구조 리스크 탈피, '구광모 체제' 변화에 주목되는 ㈜LG
김위수 기자공개 2023-12-21 10:27:2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07: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과 LG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까지 상반된 과정을 거쳤다. 제도가 도입된 직후 준비를 시작해 큰 문제없이 국내 대기업 최초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한 LG그룹과 달리 SK그룹은 총수 구속 및 경영권 분쟁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경영방식과 지향점의 차이가 두 그룹이 각기 다른 과정을 걷게 한 근본적인 요인이다. 상반된 경험을 겪어온 두 그룹의 지주사는 다른 운영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두 기업 모두 '이사회 중심 경영'을 주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SK㈜, 거버넌스 리스크 선제적 차단
SK㈜는 국대 대기업 중 이사회의 기능과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온 곳이다. 이사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배구조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최상위 수준에 가깝다. 한국ESG기준원은 SK㈜의 지배구조 등급으로 사실상 가장 높은 점수인 A+를 부여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을 70%까지 늘린 것이 2004년으로 약 20년 전이다. 법적으로 자산 2조원이 넘는 이사회는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을 넘기만 하면 된다. 2015년 통합지주사가 출범한 이듬해에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했고 2018년에는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선임사외이사 및 주주소통위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에도 사외이사 의장 선임, 여성 사외이사 비중 확대와 인사위원회·ESG위원회 신설 등이 이어졌다.
이사회 경영을 위한 구색만 갖춘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사회에 부여한 권한이 많다. 이를테면 사외이사 비중이 절반 이상인 인사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물론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내이사의 보수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거수기'가 아닌 일하는 이사회로 사외이사들의 의견 개진도 적극적인 편이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SK㈜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사안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경영에 임해오며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가 리스크로 돌아오는 일을 뼈저리게 겪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과 이로 인해 발생한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컨트롤타워 ㈜LG, 이사회 경영 표방하지만…
LG그룹의 경우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SK그룹만큼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에 설치된 위원회는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 등 네 곳이다. 설치 의무가 없는 내부거래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설립한 점은 선진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사회 경영에 있어서 '선도자'의 위치는 아니다. 감사위원회 외에는 SK그룹의 거버넌스위원회와 같이 사외이사로만 이뤄진 별도 위원회가 없다. 이사회 내 위원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들에 대한 평가 및 보수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 위원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또 ㈜LG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등의 존재감을 과시한 일도 아직은 없었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경영이 운영되는 형태의 체제가 안착한 지 20년여 년이 된 상황이다. 컨트롤타워인 ㈜LG의 역할을 감안했을 때 이사회의 권한을 크게 확대하기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LG그룹 전반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들어 구 회장이 회장이 되기 전부터 부회장으로 LG그룹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이 이제서야 모두 물러난 상황이다. 진정한 '구광모 체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피어나고 있는 만큼 LG그룹의 이사회 경영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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