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체코 '핫스탬핑' 증설…현대차 전동화 뒷받침 생산량 480만매→640만매 전망
임한솔 기자공개 2024-01-16 07:21:32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2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증설에 나섰다. 국내가 아닌 해외, 유럽 체코에서다. 현지 공장에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핵심 기술인 '핫스탬핑' 기반 생산설비를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차례 증설을 마무리한 뒤 또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장기적인 전동화 전환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설로 해석된다.12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현대제철 체코 법인(Hyundai Steel Czech s.r.o)은 오스트라바에 있는 핫스탬핑 공장에서 2025년 11월까지 핫스탬핑 설비 1기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생산능력은 대폭 늘어난다. 연간 480만매에서 640만매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앞서 2019년 처음 오스트라바 핫스탬핑 공장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공장을 짓고 핫스탬핑 설비 2기, 블랭킹(정해진 형상으로 코일 절단) 설비 1기를 들이는 데 약 580억원을 투입했다. 공장은 2020년 11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당시 연간 생산량은 320만매였다. 자동차 20만대 이상에 들어가는 양이다.
현대제철은 이후 213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2023년 5월 핫스탬핑 설비 1기, 레이저(부품 성형) 설비 7기의 증설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연간 생산량은 480만매로 확대됐다. 2025년 추가 증설이 마무리되면 첫 공장 가동 후 약 5년 만에 생산능력이 2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핫스탬핑은 강판을 9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해 금형에 넣고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이다. 같은 두께에서 더 높은 강도를 얻을 수 있어 자동차 경량화의 일등공신으로 여겨진다. 핫스탬핑을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면 기존 방식과 비교해 무게를 15~25% 줄일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핫스탬핑강은 다른 경량화 소재보다 비용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핫스탬핑사업을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당시 별도의 회사였던 현대하이스코가 자동차용 핫스탬핑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이후 2013년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부문을 합병해 본격적으로 핫스탬핑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현대차그룹이 주요 고객사가 됐다. 현대차 GV60, G80, 올뉴아반떼 등 다양한 차종에 핫스탬핑 기반 경량화 솔루션이 적용됐다.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거래하는 만큼 생산능력도 글로벌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2022년 기준으로 충남 예산과 울산에 각각 22기, 2기의 핫스탬핑 라인을 구축해 연간 5800만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는 스페인 게스탐프(Gestamp), 독일 벤틀러(Benteler)그룹 등 자동차부품기업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현재는 연간 국내 생산량이 6000만매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이 국내에 대규모 핫스탬핑 생산능력을 확보한 데 만족하지 않고 유럽에서도 지속적인 증설을 추진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유럽 자동차 생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현대제철 오스트라바 핫스탬핑 공장이 생산하는 부품은 현대차 체코 공장에 주로 공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유일한 유럽 완성차 생산기지인 체코 공장은 전동화 전환 전략의 핵심이다. 2023년 자동차 34만500대를 생산해 전년 대비 생산량을 1만8000대 늘렸다. 34만500대 가운데 약 13%가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이다. 체코 공장은 올해 코나 일렉트릭 비중을 17%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생산 전기차 차종도 점차 확대한다. 현대차는 2035년 유럽 판매 차량의 100%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기차 생산 확대는 핫스탬핑 부품 수요 증대로 이어진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무게가 10~20%가량 더 나간다.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부품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차체의 무게를 덜 필요가 있다. 핫스탬핑이 여기에 기여한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자동차의 핫스탬핑강 적용 비중은 내연기관차가 15%가량인 데 비해 전기차에서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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