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헤드 릴레이 인터뷰]"조직 효율화 원년...'IPO·커버리지' 실속 챙긴다"강성범 IB1부문 대표 "상장건수 선두권 예고…기업금융 현안별 솔루션 제고"
양정우 기자공개 2024-02-16 13:20:51
[편집자주]
최근 몇 년새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인해 증권업계의 주수입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브로커리지 등의 실적 부침이 커졌다. 이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IB 부문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결국 2024년 IB 수익이 증권사 실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더벨은 각 증권사의 IB 조직을 이끄는 수장(head)을 만나 올해의 전략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조직 슬림화의 방점을 찍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IB 파트는 물론 PI, S&T 등 핵심 비즈니스에서 중간 계층인 사업부를 아예 없애면서 하이어라키(계층 구조) 효율화에 힘을 실었다. 격전의 현장에서 의사 결정의 속도를 끌어올리고자 강수를 둔 것이다.강성범 부사장(IB1부문 대표, 사진)이 이끄는 IB1부문 역시 사업부 체제에서 벗어나 부문 체계가 도입됐다. 조직은 콤팩트화됐지만 그만큼 IB 사업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던 강 대표는 더 바빠졌다. 과거 단일 본부만 직할로 담당했으나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부문 내 모든 본부를 직할로 총괄하는 중책을 소화해 나가고 있다.
◇IPO 최상위 경쟁력 고수 '기틀 확보'…국내외 신디케이션 역량 호평
강 대표는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등 IB 비즈니스 전반이 위축됐다"며 "미래에셋증권도 기업공개(IPO) 영역을 제외하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CJ CGV 영구 전환사채(CB)를 주관했는데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면서 평가손익 측면에서 손실이 인식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하우스의 IB 사업을 다시 한번 재점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에셋증권 자체가 조직 슬림화를 큰 방향성으로 잡고 있는 데다 IB 파트 역시 하이어라키 단순화가 절실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의사 결정이 중첩돼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없애고자 계층 구조를 압축했고 현저하게 빨라진 의사 결정 속도는 올해 가시적 성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IPO 파트의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한 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딜을 모두 대표 주관했고 큐로셀 등 여러 알짜 딜을 줄줄이 성사시켰다. 올해도 연초부터 증권업계가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비바리퍼블리카 IPO에서 대표주관사(공동 대표 한국투자증권) 자리를 꿰차면서 다시 한번 저력을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 IPO 파트의 양적, 질적 성과가 모두 우수했지만 올해의 경우 리그테이블 순위가 다소 불투명하다"며 "CJ올리브영, 쓱닷컴 등 빅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나 올해 안에 상장이 시작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건수 기준으로는 작년 못지 않게 활발하게 딜을 수행할 계획이지만 주관실적 기준 성적은 지난해보다 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올해 주관 성적 순위는 1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강 대표가 IPO 파트에 갖고 있는 신뢰는 굳건했다. 오랜 기간 IPO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데다 성장 궤도에 오르고 도약에 이르기까지 실무진과 함께 그가 직접 기여한 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부서를 성과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강 대표는 "IPO 파트의 경우 조직 규모와 인력 볼륨을 타사보다 크게 유지할 정도로 하우스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에 유독 애써왔다"며 "신입 사원의 부서 배치에서도 우수 인력을 IPO 부서에 최우선적으로 배치했고 이런 우대 조치에 인력 유출입도 경쟁사와 비교해 매우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팀워크 측면에서 저희 하우스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근래 들어 상장예비기업 사이에서 IPO 하우스로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선호도가 개선되고 있다. 본래 터줏대감인 증권사였으나 신디케이션 기능 측면에서 차별화에 나선 게 시장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데 주효했다. 국내와 해외(홍콩, 싱가포르)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신디케이션 조직을 갖춘 유일한 증권사다. IPO시 증권사별 국내외 세일즈 성적을 받아보는 발행사로서는 확실한 역량 차이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IPO 후보의 경영진과 조우해보면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더 우호적으로 개선된 것을 실감한다"며 "상장에 나서는 데 최적의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디케이션 측면에서도 저희가 주관한 IPO의 주가 흐름이 견조한 덕에 해외 기관이 다른 딜까지 관심을 갖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버리지 신뢰 중시, 그룹별 솔루션 제안…PE 파트, M&A서 달라진 무게감 예고
커버리지 비즈니스의 경우 IPO 파트와 사정이 다르다. 일단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비교할 때 미래에셋증권 등 독립 계열 하우스는 불리한 여건에서 주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캡티브 영업을 비롯한 업계의 오랜 관행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오롯이 하우스의 실력만으로 선두권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 대형사와 비교해 조직 볼륨도 20~40% 작은 편이다.
강 대표는 "이번 조직 재편 이후 커버리지 파트도 직접 관리하면서 올해부터 업무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며 "기업금융 RM(Relationship manager)과 미팅을 자주 가지면서 시장점유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과 세부 계획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커버리지 파트에 핵심 인력이 배치되고 사내 위상을 구축하려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커버리지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탄탄한 실적을 거두려면 단발성 이벤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품 공급자로서 고객과 굳건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별 현안에 맞춘 상품을 제공해 미래에셋증권의 솔루션을 제대로 어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IB부문 내 어드바이저리 본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사모펀드(PE) 쪽 비즈니스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출자자(LP)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커버리지 영역에서 국내 그룹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는 만큼 PE 비히클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한 후 직접 딜로서 풀어내는 경험을 본격적으로 쌓아나갈 방침이다.
그는 "올해 IB 비즈니스의 여건이 지난해보다 낫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며 "당장 금리 인하 시점도 늦어지는 분위기고 국내 기업 가운데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업체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시장에 대기 자금인 유동성(증시 예탁금, CMA 잔고 등)은 확실히 풍부한 만큼 개선의 여지는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은 어려운 국면에서도 효율성 강화를 통해 실속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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