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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M&A 대전환]유례없는 총수의 '매각 의지' 왜 지금인가①유통·호텔·식품 '통합과 개편' 마지막 경고장 "방침 변경, 매각도 일부 진행"

김선호 기자공개 2024-02-26 08:19:55

[편집자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매각 의지'를 전하며 경영철학 대전환을 예고했다.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롯데가 이제는 매각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총수가 계열사에 던진 '마지막 경고'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에 신 회장이 '매각'이라는 단어에 담은 메시지를 파악해보고 이에 따른 변화 '단초'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 증가에 따른 시장점유율을 강조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온 기업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역사상 최초로 총수가 직접 부진 사업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장 등 주식상장, 편의점과 타사 주류사업 매수 등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며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그동안 크고 작은 회사 60곳 정도를 매수했지만 이제 방침을 바꿔 매각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몇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진 사업 정리와 함께 4개 신성장 영역으로 바이오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을 꼽았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계열사는 사업단위로 보면 인프라·화학군 등에 속한다. 유통·식품·호텔군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때놓친 '골든타임’, 인사혁신으로 도약 노렸지만

롯데그룹은 2015년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인 '형제의 난'을 겪는 가운데 '한국 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채비를 해나갔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보유한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희석시키는 것이 주요한 과제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를 위해 신 회장은 2015년 지배구조 TF를 신설하고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한국 계열사 중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한 호텔롯데의 상장이 주요했다.

업계에 따르면 초안은 호텔롯데의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의 실적 개선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2016년에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월드타워점이 예상치 못하게 폐점한 후 대외 악재에 시달리면서 현재까지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외의 지주사 전환은 호텔롯데 상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료한 상태다. 2017년 각 계열사를 4개의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로 편성한 후 주요 계열사의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합병하는 과정을 거쳐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8월 황각규 전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부회장이 맡았다. 1년 뒤인 2021년 말에는 BU에서 HQ(헤드쿼터) 체제로 전환하면서 파격적인 외부 임원 수혈이 이뤄졌다.

다만 사업구조 개편과 재도약 전략 실행이 경쟁사 대비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11조원에 달하는 M&A 건 진행이 총수 부재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편·조정이 아닌 '매각'으로 선회하나

지금까지의 롯데그룹은 BU에서 HQ체제로 전환하고 파격적인 외부 수혈 인사 등 사업구조 재편과 조정을 통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해나가는 전략을 실행했다. 특히 각 계열사 사업분야가 상이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작은 전략실'인 HQ를 2022년 정기인사에서 신설했다.

호텔·유통·식품·화학군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한 후 각 사업군에 사업전략 수립과 재무·인사 기능을 탑재시킨 HQ조직을 구성했다. 이전까지 컨트롤타워가 주도해나가는 형태에 계열사를 연결해주는 BU가 있었다면 HQ는 결정 권한을 지닌 사업군 단위의 전략실이었다.

롯데지주가 앞장서 바이오 등 신사업을 추진해나간다면 유통·호텔·식품·화학군HQ는 각 사업분야에 속한 계열사 내에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창출해나가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호텔·유통·식품군에 속한 계열사는 사업구조 전환을 맞이했다.

호텔군에 속한 호텔롯데는 2022 호텔과 리조트사업부가 통합되는 조직개편이 이뤄졌고 지난해 HQ조직이 ESG와 재무 기능만 남는 등 사실상 해체되는 수순을 거쳤다. 식품군에서는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병하고 조직 통합 등을 진행했다.

유통군의 롯데쇼핑 또한 호텔롯데와 롯데웰푸드와 같은 통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은 2023년 정기인사에서 마트사업부 대표에게 슈퍼사업부까지 맡겼고 두 사업부의 상품본부와 지원 부서가 통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각 계열사의 사업전략을 재수립하고 구조조정 등이 단행되면서 수익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 양상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 부진한 사업이 있다면 이를 매각하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의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마지막 경고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부진 사업 매각 언급은 기존에 강조해 오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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