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조선업 해부]조선업 장점 많은데…'계륵' 되지 않으려면②친환경 선박 주도권 목표…관건은 조선업 사이클
이호준 기자공개 2024-02-26 08:19:50
[편집자주]
최근 몇 년간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한화의 조선업 등판이다. 한화라는 든든한 자금력에 한화오션과 한화엔진, 한화오션에코텍이라는 걸출한 업계 강자들이 더해진 상태. 물론 '승자의 저주'는 한화가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숙제다. 그러나 한화는 벌써부터 조선업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며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세계 1위 조선소'에 도전하고 있다. 한화는 또다시 이름값을 증명할 수 있을까. 더벨은 본격 시작 국면에 접어드는 한화의 조선사업 전반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엔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HSD엔진이 이달 말 한화엔진으로 간판을 바꿔될 예정이다. 그룹사 편입이 이뤄지지 않은 지금 상황에선 한화가 국내 조선 빅3 중 특별히 우위에 있는 분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업계는 해상 환경규제가 강력해지는 앞으로는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미래 추진선에서 경쟁사들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핵심은 '수직 계열화'…수주 경쟁력 향상 전망
한화 조선업 전략의 핵심은 '수직 계열화'다. 한화는 HSD엔진을 통해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커스터마이징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HSD엔진까지 사들인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한화는 친환경 선박을 조선업의 미래로 내세우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세 가지 연료 중 아직 확실하게 대중화된 연료는 없다. 먼저 상용화에 성공하는 조선사가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화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SD엔진을 활용하면 기술 주도권을 빨리 쥘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SD엔진은 메탄올을 디젤과 함께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HSD엔진과 한화오션과의 협력을 암시한 한편 한화임팩트 산하 가스터빈 개조기업 PSM과도 연계해 암모니아·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도 개발할 전망이다.
수직 계열화로 기대되는 강점엔 '손익 증대 효과'도 있다. 엔진은 선박 추진기술의 핵심 기자재로 선박 원가의 10%를 차지한다. 이달 27일 HSD엔진이 한화그룹에 편입되면 그간 선박엔진을 주로 외주에 맡겼던 한화오션으로서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의 선박 수주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선사의 비용 절감은 단순히 손익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선박은 발주처와 입찰자의 협상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선박 건조비용의 절감은 곧 가격 협상력의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업황…계륵 아닌 배경은
물론 관건은 업황이다. 조선 업계가 수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선 사업과 선박엔진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고는 하나 회사 운영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건 대외 환경일 수 있다는 얘기다.
HSD엔진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1999년에 설립된 HSD엔진은 두산과 삼성, 대우 등 내로라하는 기업은 다 거쳤다. 바꿔 말하면 업황이 좋았을 땐 황금알처럼 생각하고 선박 건조에 활용하다가도 도전적 업황을 마주했을 땐 조선사들에 고정비 부담만 가중하는 계륵 같은 신세가 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이 엔진 회사를 굳이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업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 1~4분기 영업손실이 없는 유일한 조선사가 됐다. 당장은 실적에서 없어도 그만이기 때문에 엔진에 집중하기보다 선박 건조 자체에 더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상 환경규제가 심해져 향후 친환경 선박을 향한 선주사들의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금부터 엔진을 직접 개발하고 제조하는 것이 훗날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한화의 조선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선사 관계자는 "호황기에서 친환경 추진엔진 기술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지가 HSD엔진의 확장성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HSD엔진은 지난해 조선 업사이클의 수혜를 보며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17% 증가한 2조5473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 기간 매출은 12% 늘어난 8544억원,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해 87억원을 거뒀다. 올해는 넉넉한 수주잔고를 발판으로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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