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규상장 종목들의 주가가 상장일 시초가를 고점으로 연일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한 12개 종목(스팩합병 제외) 중 상장일 시초가를 웃돌고 있는 기업은 현재 우진엔텍 뿐이다. 지난 2월 6일 상장한 스튜디오삼익의 경우 시초가 대비 하락률이 마이너스(-) 70%에 달한다.이를 의식했는지 금융투자협회가 기관투자자들의 공모주투자 편법을 은밀히 계도하고 있다. 수요예측 경쟁률을 부풀려 공모가 뻥튀기를 야기할 수 있는 중복참여 행위는 인수업무규정 위반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IPO 건전성 제고방안 발표 뒤에도 암암리에 이뤄지던 꼼수를 바로잡기 위해 늦게나마 소매를 걷어붙인 셈이다.
허나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협회가 콕 집어 언급한 일임재산과 달리 펀드 비히클의 중복참여 여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현 제도의 허점을 계속 파고들 모양새다. 모호한 인수업무규정 탓에 문제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수요예측 중복참여 행위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일은 없을 거란 주장이다.
현재 공모주 헤지펀드는 물량을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자펀드, 손자펀드, 증손자펀드까지 만들어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 마치 인형 안에서 인형이 계속 나오는 러시아의 목제인형 '마트료시카'와 같은 구조로, 속은 텅 비어 있지만 제각각 크기를 인정받아 공모주를 추가 배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당국이 제시한 주금납입능력 판단기준이 집합투자재산의 가용현금이 아닌 외형 그 자체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다만 동일 재산을 활용한 수요예측 중복참여 행위가 횡행하면서 경쟁률 과열, 공모가 뻥튀기 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기관투자자들은 외면해선 안된다. 향후 정기감사를 통해 해당 전략을 활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거나 불건전행위로 판명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또다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펀드 비히클의 수요예측 중복참여 행위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일임재산과 달리 중복참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건전 행위라는 인식은 갖고 있다. 협회 측은 향후 금융당국과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들은 다 수요예측에 중복참여하는 마당에 '안 하는 사람만 바보'란 인식이 업계에 만연하다. 공모주 물량을 더 받기 위한, 펀드 수익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협회가 지적하고 나선 만큼 더 이상의 편법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느끼고 정도(正道)를 걸을지는 이제 펀드매니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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