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한 SK이노, '파이낸셜 스토리' 재점검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 "포트폴리오 냉철하게 살펴볼 예정"
김위수 기자공개 2024-03-29 08:06:4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등 화석연료 기반 사업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등을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로 자산 및 매출 비중은 착실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수익은 아직 대부분이 기존 사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파이낸셜 스토리 재점검에 나선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실시된 주주들과의 대화 시간에 "큰 틀은 유지하되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재점검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성과·수익성·경쟁력·리스크 관점에서 냉철하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에 가까운 친환경 사업 이익 기여도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매출에서 배터리·소재 등 친환경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로 계산됐다. 직전해인 2022년에는 친환경 사업 의존도가 10.1%에 불과했는데 1년 만에 7%포인트(p) 늘어났다.
친환경 사업의 외형성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인 1조9039억원 중 친환경 사업 분야에서 기여한 바는 거의 없다. SK온은 적자를 겪고 있어 오히려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역할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61.2%를 보유한 배터리 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320억원에 불과했다.
파이낸셜 스토리의 속도감 있는 추진에도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곳은 아직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화석연료 사업들이다. 거시경제 및 사업분야별 시장상황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강 부문장은 "(친환경 사업)손익 측면에서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며 "예상보다 더딘 배터리 사업 수익 개선세와 더불어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그린 사업의 성과가 미진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SK㈜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장동현 부회장이 "2021년은 유동성이 굉장히 풍부했던 시기였다"며 "당시 판단했던 매크로 환경이 현시점과 갭이 있었고, 이는 상당히 차질이 컸던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같은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 점검, 투자 조정 가능성
SK이노베이션은 이날도 사업 비즈니스 전환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부문장은 "카본 위주의 사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캐시플로는 좋아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례로 정유사들의 경우 성장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기존 사업 및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재무성과와 경쟁력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선다. 큰 틀에서 친환경 사업 전환은 유지하겠지만 속도, 분야, 규모에 대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 강 부문장은 "인풋 대비 아웃풋의 효율성 관점에서 전체적인 전략 방안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의 지분매각을 포함한 유동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매각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 부문장은 "이차전지 자회사 매각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나 검토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60% 빠진 주가에 고개 숙인 경영진
파이낸셜스토리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가'다.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매력적인 비전, 실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파이낸셜스토리의 핵심이다.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면 주가 상승은 따라오는 수순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그야말로 부진하다. 28일 오후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주당 11만8600원으로 파이낸셜스토리 발표 전날인 2021년 6월 30일(주당 29만5500원) 이후 주가가 60% 하락했다. 파이낸셜스토리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지며 SK이노베이션과 SK온 경영진들은 이날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반복해야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기존에 세운 주주가치 제고 로드맵을 이행하겠다고도 밝혔다. 2024~2025년은 주당 2000원 수준의 현금배당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또 SK온의 IPO 시점에 자사주 공개 매수로 SK이노베이션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SK온의 주식을 교부하는 형태로 주식교환을 실시할 예정이다. 규모는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그간 주주들의 희생에 비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강 부문장은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지금 바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고 나면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 측면에서 한 단계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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