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변신]패착된 NCC 증설, 자산 유동화 '제값 받기' 관건②경쟁력 상실한 범용소재 사업, 사업전환 밑거름으로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23 14:45:08
[편집자주]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는 석유화학 산업. 국내 1등 석화사인 LG화학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강도 높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사업 투자는 성공적이었지만 2020년 말 전지사업본부가 독립하며 체질개선을 위한 또 다른 성장동력이 필요하게 됐다. 대안으로 집중 육성한 전지 소재 등 신사업의 성과는 아직까지 희망적이다. LG화학은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석유화학 그 다음을 찾는 LG화학의 현황과 전략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LG화학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지난해 LG화학의 매출은 55조5250억원, 영업이익은 2조5290억원으로 나타났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포함된 연결 재무제표 기준이다.직전해인 2022년 대비 영업이익이 15%가량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경쟁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일찌감치 배터리, 전지소재 등에 대한 투자로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갖춰놓은 덕분이다. 그렇다고 LG화학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지소재 등 첨단소재를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석유화학 자산을 유동화해 투자재원 확보하는 일이 이상적이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호황 대비' NCC 증설, 효과는
LG화학은 2018년까지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석유화학 사업의 기초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제조하는 시설인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여수에 제2 NCC를 설립하기 위해 2조6000억원을 들이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은 3년여간 이어졌던 석유화학 시장의 '호황'이 끝나가던 무렵이다. LG화학이 증설을 결정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석유화학 시장 자체가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서 오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움직인다. 호황에 벌어둔 돈으로 설비에 투자해야 다음 호황 시기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시기에 투자에 나선 곳은 LG화학뿐만이 아니다. 롯데케미칼도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NCC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 중질유석유화학설비(HPC) 설립에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여천NCC·한화토탈에너지스·GS칼텍스·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도 이 시기 발표됐다. 2018년 말 기준 예정된 투자금액만 총 14조5000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LG화학을 비롯한 정유·석화사들은 투자를 완료할 시점에는 석유화학 사업의 시황이 개선되며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21년 코로나19 특수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치솟았다. 당시 5조원의 연간 영업이익 중 4조원이 석유화학 사업에서 발생했다.
단 NCC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을 온전히 쏟아붓지는 못했다. 2021년 상반기가 끝나갈 무렵 LG화학이 제2 NCC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가동률은 50%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듬해가 돼야 100%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그 시점이 오자 석유화학 사업의 시장상황이 꺾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LG화학은 2023년 4월부터 6개월간 제2 NCC 가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특수 당시 제2 NCC 가동으로 인한 일부 이익 확대가 일어나기는 했겠지만 제한적인 수준이었던 셈이다. 투자금 회수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력 잃은 기초소재 '구조조정' 이어질듯
사실 2018년 석유화학 업계가 대대적인 증설에 나섰을 당시에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국내 상황만 봐도 석유화학 업체에 더해 정유사들까지 올레핀 설비 신증설에 뛰어들었다. 미국·중국 기업들 역시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나섰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NCC를 비롯한 범용 소재 사업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꾸준히 발간됐다.
당시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일부 기초 유분의 중국 자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3년 내 대부분 기초 유분 자급률 1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석유화학 수출액이 456억달러(약 61조7378억원)로 전년 대비 15.9% 감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본부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LG화학은 제2 NCC를 포함한 석유화학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성장성이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자산 유동화를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범용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NCC 매각의 성사 여부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제2 NCC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여수 NCC의 가치를 둘러싼 LG화학과 잠재 매수자들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NCC를 포함한 석유화학 사업 일부를 분할한 뒤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쿠웨이트석유공사(KPC)의 화학 자회사 PIC로부터 자금을 유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1분기 내 JV 설립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1분기가 훌쩍 지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분가치 등을 포함한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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