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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필옵틱스, 5년 공들인 TGV…글로벌 밸류체인 올라탔다주요 메이커 하반기 추가 입고 예정, 글라스 공급사향 마케팅 병행

조영갑 기자공개 2024-05-08 08:30:52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30억원→7000억원'

필옵틱스의 약 3개월간 시가총액 추이다. 약 300%의 상승률을 보이며 각광을 받았다. 디스플레이 레이저 공정장비 관련주에서 나아가 유리기판 시장의 맹아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중심에는 2019년부터 R&D투자를 시작해 고객사 양산 공급에 성공한 TGV(Through Glass Via) 설비가 있다.

필옵틱스는 상반기 복수의 TGV 설비를 유리기판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복수의 설비를 공급하는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공급 대수와 ASP(공급단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산 공급의 전례가 없는 설비를 고객사 라인에 입고한 만큼 단가가 타 설비 대비 상단에 형성돼 있으리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필옵틱스는 제품명을 'Tronada-500'으로 정했다. 스페인어로 '벼락', '천둥'을 의미한다.

필옵틱스는 3월 말 유리기판 글로벌 톱티어 제조사(엔드유저 기준)향 양산 장비를 출하하면서 개화 전 유리기판 공정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현재 알려진 반도체 유리기판 공정의 밸류체인은 코닝(Corning)과 같은 거대 글라스 공급사에서 기판 소재를 SKC 앱솔릭스나 인텔 같은 유리기판 메이커에 공급하고, 여기서 TGV 공정, 구리도금, 에칭(ethcing), 슬리밍(slimming) 등 후가공을 한다. 필옵틱스는 엔드유저 고객사인 유리기판 메이커가 지정한 에칭 협력사에 TGV를 공급했다. 유리기판 제조 정비를 양산 라인에 공급한 최초의 사례다.

필옵틱스의 TGV 장비는 유리기판 양산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TGV 장비는 디스플레이 정밀 가공에 활용되던 초단파 레이저 광원을 초미세 홀(via hole)을 뚫는 반도체 공정 장비다. 유리기판에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초미세 전극 통로를 새겨주는 역할을 한다. 유리기판은 물성상 미세한 크랙에도 전체가 파손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를 지닌 레이저 공정 장비가 필요한데, 필옵틱스가 개발한 'Tronada-500'은 파손 위험을 줄이면서 고속 홀 공정이 가능한 하이엔드 설비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유일한 경쟁 메이커로 거론되는 독일의 LPKF Laser & Electronics(LPKF) TGV 설비 대비 수율과 스펙이 우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TGV 기술의 경쟁력은 특정 시간에 500mmX500mm 유리기판을 가공하는 '스루풋(Throughput·처리량)'인데, 필옵틱스의 제품은 수십만 개 수준에 이르는 유리기판 전극 통로를 1~2시간에 가공할 수 있는 처리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옵틱스는 지난 3월 말 TGV 설비를 업계 최초로 양산 공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 PoC(개념검증) 테스트를 진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기존의 방식대로 레이저 가공을 해서는 하루에 기판 한 장을 만들까 말까한 상황이었지만, 당시에도 필옵틱스의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10배 이상 속도가 빨랐다"면서 "현재는 훨씬 큰 스루풋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칩의 성능에 따라 전극 통로가 최대 100만개까지 거론되는데, 하이엔드 TGV 시장에서 이미 기술적 우위를 점했다는 이야기다.

유리기판 메이커의 고민인 전극 공정의 수율 역시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TGV 공정 후 에칭(식각) 공정으로 넘어가면 결함에 대한 리페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필옵틱스는 전극 공정 상에서 에칭 수율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도 완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고객사 평가에서 무결함 수준의 수율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필옵틱스는 올해를 기점으로 TGV 설비의 판로를 글로벌 PCB(인쇄회로기판) 메이커를 포함해 글라스 공급사 등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유리기판 메이커로 거론되는 회사는 인텔, SKC 앱솔릭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고, 유리를 공급하는 공급사는 코닝, 쇼트(Schott), 일본전기초자(NEG) 등이다. 필옵틱스는 TGV 개발 단계에서 고객사 공동개발 형식이 아닌 자체 R&D 개발을 진행, 특허나 사업권에 제약이 없다. 유리기판 밸류체인 상의 모든 메이커들을 잠재 고객사로 둘 수 있는 배경이다.

특히 글라스 공급사와의 협업은 공급사 입장에서 단순히 기판 소재만 납품하는 게 아니라 전공정을 마친 반제품을 기판 메이커에 공급하면 단가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된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부터 실제 PO(구매주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필옵틱스는 올해 주요 고객사 향 공급관리와 수율 안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내년 글로벌 시장에 외연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내부적으로 유리기판 시장의 양산 개화시점을 2027년 경으로 잡고 있다. 기판 완제품 기준이다. 설비 투자가 1~2년 선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과 2026년이 필옵틱스에는 승부처인 셈이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2019년 TGV 개발 투자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시장이 한참 뒤에 개화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글로벌 메이커들의 동향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시장이 빨리 열릴 것 같다"면서 "올해와 내년 글로벌 시장에 외연을 넓힐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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