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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독일 문제’의 재부상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7-01 11:19:04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1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문제는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독일에 문제가 생기면 유럽 전체, 나아가 세계 전체가 홍역을 치렀다. 어느 나라든 내부적으로 정치, 경제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유럽은 여러 나라가 좁은 땅 안에 나란히 있는 곳이어서 그 정도가 다른 곳보다 심하다. 독일은 유럽의 정중앙에 있고 따라서 독일 문제는 전 유럽의 문제다. 그 독일이 요즘 중병을 앓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에너지다. 독일은 친환경에 올인했다. 바람도 잘 불지 않고 햇빛도 약한 기후의 땅에서 원전은 완전 폐기하고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환했다. 부족한 에너지는 러시아 천연가스로 충당했다. 심지어 북해 해저에 노드스트림이라는 가스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고 미국이 반대한 노드스트림2까지 추진했다. 그러던 중에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독일은 거짓말같이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를 모두 끊고 지금 일곱 군데의 대체 거래처를 찾아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데 무려 8배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하지만 특히 화학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고 BASF는 아예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사실 독일이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독일과 러시아 두 나라는 사이좋게 지내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 전쟁을 하곤 했다.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 독일 정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정체제다. 매사 합의와 결정이 필요하지만 당연히 느리다. 숄츠 총리도 이렇다 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정치적 주도권은 마크롱의 프랑스가 쥐고 있는데 프랑스는 이른바 ‘우경화’ 문제로 복잡하다.

독일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다. EU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중국의 부진으로 최대 수출국을 잃은 것이 크다. 원래 수출국은 수입국의 볼모다. 1980년대 말 일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이 그랬다. 최근에 미국이 독일의 최대 수출국으로 바뀌었지만 독일은 기계류를 필두로 산업생산에 소요되는 기자재를 주로 중국에 수출해 왔기 때문에 대체 효과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EU 전체 GDP의 25%를 차지하는 독일의 상황은 EU경제 전체의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는 독일의 인구 감소다. 독일은 한국 못지않게 거의 소멸해 가는 나라다. 독일이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25세 이하 200만 명을 매년 앞으로 10-15년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사 가능하다 해도 독일 사람들이 게르만이 소수민족이 되는 그런 옵션을 받아들일 리 없다.

인구 감소에서 생기는 문제를 독일의 특기인 자동화와 로봇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 지정학자 자이한이 지적하듯이 한계가 있다. 초기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은 둘째치고라도 기계는 인간이 은퇴하면서 발생시키는 자본 감소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또, 로봇은 생산만 하지 소비를 하지 않는다.

유럽의 역사는 자기가 해결 못하는 문제는 이웃이 해결하게 한 역사다. 전쟁이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같은 과거의 강대국은 대륙 주변에 위치해 있어서 그냥 조용히 은퇴했지만 독일은 위치가 유럽의 중앙이어서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독일이 있는 곳에 공백이 생길 수가 없다. 그래서 독일 문제는 유럽 전체, 세계 전체의 문제다. 러시아와 독일 사이 허허벌판에 위치해 온갖 고난을 겪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급속히 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멀리 보면 더 큰 그림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EU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폴란드다. 두 대국 사이에 다시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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