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 비자금-미술품 '커넥션' 수사 가속화 홍라희씨 등 삼성가 안주인 소환 시기 관심 집중
류철호 기자공개 2008-02-26 23:15:26
이 기사는 2008년 02월 26일 23: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가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 안주인들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일단락되는 등 미술품 수사가 점차 의혹의 핵심으로 접근해 가면서 홍 관장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한 소환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 홍송원씨 조사 일단락‥무엇을 얻었나
특검팀은 미술품 의혹과 관련, 삼성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삼성가 안주인들의 심부름을 도맡으며 '집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 홍 대표를 무려 4차례에 걸쳐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조사를 일단락 지었다.
홍 대표는 특검 조사가 한 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삼성가가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 수사 이후 종적을 감췄던 시가 100억원의 '행복한 눈물(로이 리히텐슈타인 작)'을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격 공개했다.
당시 홍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미갤러리로 특검팀 수사관들과 일부 언론을 불러 그림을 공개했다.
특검팀은 이후 '행복한 눈물'이 자신의 그림이라고 주장한 홍 대표를 상대로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를 조사하며 고가 미술품과 삼성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밝히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홍 대표가 특검 수사에서 이 고가 그림과 삼성 비자금의 연관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미술품의 실체를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이처럼 홍 대표에 대한 조사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특검팀은 에버랜드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수천여점의 미술품이 삼성 측 주장대로 삼성문화재단 소유인지, 아니면 삼성가 개인 소유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최근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미술품 보유 현황 등을 넘겨받아 에버랜드에 있던 미술품들과 대조 작업을 한 창 진행 중이다.
또 당시 삼성문화재단 사장을 지낸 한용회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소환해 조사키로 하고 현재 휴가를 낸 뒤 해외로 나간 한 사장에게 귀국 요청을 한 상태다.
특히 김 변호사가 거액의 삼성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고 밝힌 국제갤러리 등으로부터 미술품 목록 등 수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비자금 유입 여부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상속용’으로 세금 부담이 전혀 없는 고가 미술품들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전무 등 자녀들에게 고가 미술품들은 '종자돈'이 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특검팀의 추측대로 라면 비자금 미술품의 실체를 밝혀낼 경우 비자금 조성부터 편법 경영권 승계 시도에 이르기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변호사는 지난달 특검을 방문해 ▲서미.국제.현대갤러리와 삼성과의 거래 내역 및 탈세 여부 조사 ▲갤러리들의 통관 및 매출 내역과 세금 신고 내역 조사 ▲갤러리들의 통관 및 수출. 입 등 거래 내역 조사 등을 촉구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삼성의 미술품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핵심 관련자인 홍라희씨를 하루 빨리 소환해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지난해 "지난 2002년부터 2003년에 걸쳐 홍 관장과 이 회장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 회장 사돈인 박현주 대상그룹 부회장, 올케인 신연균씨 등이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특검팀은 삼성가가 고가 미술품 구입에 사용한 '뭉칫돈'의 실체를 밝혀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혀 낼 방침이다.
◆홍라희씨 소환은 정해진 루트(?)
삼성가의 미술품 비자금 구입 의혹의 최 정점에는 홍 관장이 있다.
홍 관장은 서미갤러리 홍 대표 등을 통해 비자금으로 수백억원 어치의 고가 미술품들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홍씨 등 삼성가 안주인들이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한 액수만 600억 원대에 이른다"며 송금된 금액이 적혀 있는 관련 작품의 내역서를 공개했었다.
그는 당시 홍 대표가 운영하는 서미갤러리의 구매 리스트가 삼성가의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홍 관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소환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특검팀 내부에서는 미술품 수사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홍 관장 소환 기시를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미술품 수사가 성과없이 마무리될 경우 특검팀은 "쓸데없이 곁가지만 쳐내다 뿌리는 보지도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홍 관장 소환 조사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수순으로 소환이 언제쯤 이뤄질 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한의 절반 가량이 지난만큼 특검팀이 시간에 쫓겨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홍 관장을 소환하지 않겠냐"며 "차명계좌 규명을 통한 비자금 수사와 불법 경영권 승계 및 정. 관계 로비 의혹 등 수사 대상 중 지금까지 딱히 성과를 낸 부분이 없는데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수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이 마냥 미술품 수사에 올인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짧은 수사기한 동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핵심 라인에 대한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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