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2월 10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맏형'격인 KTB캐피탈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공격적인 벤처투자는 사라진지 오래다. 2007년 마지막 펀드를 설립한 이후 신규 펀딩활동이 멈춘지도 1년반이 지났다. 정책당국의 규제에 묶여 비정상적인 영업활동만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KTB캐피탈을 옥죄고 있는 것은 신기술금융사업자의 '신규영업 금지' 조항이다. 2008년 5월 KTB네트워크는 증권업에 진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얻어냈다. 증권사 라이선스를 얻는 대신 신기술금융 사업 부문은 정리 절차에 돌입, 운용중인 펀드의 만기일까지만 관련 업무를 영위하고 신규 펀드 결성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법률상 증권사는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지만 신기술금융사업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았다.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KTB네트워크가 증권사로 전환한 만큼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고 이른 근거로 신기술금융사업자의 신규영업을 허용치 않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이 6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자통법이 시행될 경우 금융투자회사로서 모든 업무 영위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근거로 신규영업을 막을 필요성이 있냐는 주장이었다.

KTB 관계자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회사가 신기술사업금융업이나 창업투자업무를 겸업할 수 있게 되는데 당시는 자통법 시행 이전이었기 때문에 겸업에 제한을 받았다"면서 "겸업 제한이 풀리길 바랐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KTB캐피탈은 '신규영업 금지' 조항에 따라 새로운 펀딩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손발이 묶인채 기존에 결성된 조합계정에서만 신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 자본의 속성상 신규 펀딩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동력을 잃어 서서히 고사될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기존 펀드들은 오는 2013년이면 모두 청산된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KTB네트워크가 KTB증권으로 탈바꿈한 이후 신기술금융사업을 전담할 자회사 KTB캐피탈의 신규 영업이 제한받고 있다는 사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KTB캐피탈의 신규 영업이 제한받는 사실 자체가 자통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견해다.

자통법은 자본시장의 업종간 칸막이를 허무는 법이다.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금융 업종들의 겸업이 허용되고 취급 상품에도 제한이 없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KTB네트워크가 증권업으로 전환한 후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아 신기술금융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자통법이 시행된 이후인 만큼 취지에 맞게 금융업종간 겸업을 허용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재만 볼 때 KTB캐피탈의 향후 행보를 점치기란 쉽지 않다"면서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업계의 맏형격인 KTB캐피탈의 신규 영업을 금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현 규제는 KTB네트워크가 증권업 진출 인허가 과정에서 사전에 동의한 것으로 함부로 신기술금융사업 관련 업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벤처캐피탈 영역으로의 업종 전환은 본인들이 원할 경우 막을 명분이 없다"면서 "하지만 KTB증권·KTB캐피탈의 경우 설립 당시 겸업 제한에 관해 상호 동의가 이루어졌던 사안인 만큼 업종 전환과 관련된 절차에 문제는 없는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