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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린 게임업계, M&A 매물이 쏟아진다 실탄 쌓아둔 ‘빅5’, IPO 막힌 게임개발사 경쟁적 인수

이상균 기자공개 2010-05-18 12:14:24

이 기사는 2010년 05월 18일 12: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 개발업체들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 넥슨, CJ인터넷, NHN, 네오위즈 등 ‘빅5’를 제외한 모든 게임개발사가 M&A 대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게임 업계의 활발한 M&A 움직임은 △게임 창업자 2세대의 현역 은퇴 △창업이 손쉬운 게임업계의 특성 △게임사의 쉽지 않은 IPO △게임 퍼블리싱(유통) '빅5'의 풍부한 현금유동성 등에서 주된 원인을 꼽을수 있다.

◇진입장벽 낮아 '엑시트·창업 부담감' NO

게임업계에서는 50대~60대 사업가 출신 CEO들을 1세대 창업자, 30대 후반~40대 초반의 개발자 출신 CEO들을 2세대 창업자로 간주한다. 1세대 창업자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게임업계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애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게임'에 투자를 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2세대 창업자들은 개발자 업무를 통해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식, 전문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2세대의 평균연령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이다. 다른 산업에서는 한창 허리 역할을 해야 할 나이대지만 게임업계에서는 현역 은퇴를 고려하는 시점이다. 게임개발자는 야근이 잦고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종으로 꼽힌다. 특히 톡톡 튀는 창의력과 개성을 요구받기 때문에 직업 수명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2세대들은 M&A에 대해서도 개방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산업의 창업자와는 달리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고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도 특징이다. 던전앤파이터를 2949억원(추정치)에 넥슨에 매각한 허민 전 네오플 대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허 전 대표는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게임 개발로 거액을 벌어들인 뒤, 현재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음악 공부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게임산업이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라는 점도 M&A 활성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게임개발사는 사람, 사무실, 컴퓨터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별도의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없다.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연예기획사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도 비교가 되곤 한다.

박영찬 CJ창업투자 투자심사역은 “게임업계는 자신이 창업한 게임개발사를 매각한 뒤, 재충전의 시간을 갖다가 다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라며 “이 때문에 대형 게임사들이 유통망을 장악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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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보유 현금, 1조5천억 육박

게임업체들은 최근 5년간 주식시장 상장(IPO)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렵게 되자 자구안으로 M&A시장을 찾게 된 셈이다.

게임사의 IPO가 힘들어진 것은 지난 2005년 곽성신 전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라는 것이 게임업계의 분석이다. 곽 전 본부장은 게임업체가 1개의 히트 게임에 의존해 IPO를 하게 되면 매출의 지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 웹젠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게임 ‘뮤’의 선풍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2003년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한때 주가가 15만원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4년 매출 53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4년부터 매출이 200억원대로 추락했다. 2005년부터는 매년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자연히 IPO를 신청한 게임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윈디소프트와 CCR 등이 수차례 IPO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들의 실패는 게임하이와 드래곤플라이 등의 우회상장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JC엔터테인먼트, 엠게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조이맥스 등이 상장에 성공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벤처캐피탈사 대표는 “게임업체 매출의 영속성에 대한 지적이 많지만 이는 장비나 부품업체도 마찬가지"라며 “게임사가 비슷한 규모의 제조업체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지만 거래소가 과거의 잣대를 들어 평가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가져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게임개발업체들이 IPO가 막히면서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M&A다. 특히 엔씨소프트, 넥슨, CJ인터넷, NHN, 네오위즈 등 ‘빅5’가 풍부한 현금을 쌓아놓으면서 게임개발사들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다양한 장르별 게임 라인업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컨텐츠 보강을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빅5’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매도가능증권 포함)은 총 1조4866억원에 달한다. 자회사의 현금을 빼고서도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빅5'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0%를 상회하고 있다.

박영찬 투자심사역은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게임라인업이 필요한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게임개발사를 M&A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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