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체제전환..'현대차 시너지' 기대 박병관 전무 "해외 자본투자 확대"..무차입 경영 틀 유지
이 기사는 2011년 01월 31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이 디벨로퍼로의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설계와 엔지니어링, 금융 등을 아우르는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종합 개발회사) 영역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피인수를 앞두고 사업 고도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민간발전사업(IPP)과 민자담수발전(IWPP)에서 승부를 낸다는 전략이다. 현재 오만 등 중동지역에서 다수의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이 자본을 출자한 뒤 발주국가에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공사 수주를 위해 미국 전력회사인 에이이에스(AES)와 손을 잡았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마련을 위한 금융주선에도 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012년 완공예정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 건립 사업에 지분 49%를 출자했다. 투자금은 하루 7000톤 규모의 스팀과 전기 등을 생산해 회수한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에서 이 같은 방식의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자본 출자와 신용공여가 받쳐준다면 수익성이 뛰어난 공사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관 현대건설 사업기획본부 본부장(전무·CFO)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재발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적인 유동성 관리를 해 왔다”며 “올해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명가에서 금융명가로…글로벌금융팀 가동
현대건설은 2005년 이후 연평균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오고 있다.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만 1조4133억원으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4578억원에 이른다.
차입금 의존도도 11%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대형건설사의 평균치(18.7%)를 크게 밑돌고 있다. 2009년 말 75%에 이르던 단기차입 비중도 2010년 말 현재 38%로 축소됐다.
지난해 공공공사 발주 감소로 운전자본 투자가 소폭 늘었으나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CFO라면 한번 쯤 실현해보고 싶은 이상적인 재무구조다.
박 전무는 재무건전성 유지의 비결로 원가율을 기반으로 한 구매 경쟁력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해외공사에 적정 매출총이익률(GP Margin)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원가율을 관리해오고 있다. 공사 수주도 기술 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등의 플랜트와 발전에 치중하고 있다.
그 뒤에는 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개발사업본부 내에 글로벌금융팀을 가동 중이다. 개발금융팀 인력을 보강해 지난해 신설됐다. 올해는 외국계 IB 업체에서 외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인력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글로벌금융팀은 재경부 내의 해외금융팀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영업이익 창출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 전무는 “해외시장에서 건설사의 금융주선 능력이 공사 수주의 척도가 되고 있다”며 "외국 업체에 뒤지지 않는 금융 노하우를 배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률 6% 예상...1조원 순현금 축적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액이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해외 수주 성과가 매출로 반영되면서 자산도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원가율 개선에 힘입어 6%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이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장기차입금 비중도 회사채 등을 발행해 80%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150억 달러 규모의 공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 간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중동시장에서 벗어나 남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박 전무는 “지난해 아프리카와 남미, 독립국가연합(CIS) 등에 지사를 설립해 영업망을 확충했다”며 “올해는 가시적인 수주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종별로는 수익성이 높은 플랜트 공사 수주에 주력할 예정이다. 토목과 건축부문 수주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플랜트(38%), 원자력(28%), 토목(19%), 건축(15%) 부문에서 고루 실적을 냈다.
국내 주택사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반분양 부담이 덜한 재건축·재개발 공사에 치중할 예정이다.
박 전무는 M&A 이후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를 내비쳤다. 현대건설 보다 신용등급이 좋은 현대차그룹이 지원 사격에 나설 경우 글로벌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로의 체제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이라는 초우량 기업이 가세할 경우 재무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모기업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장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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