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16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업계든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 하나씩 있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사태,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파산 사태란 트라우마가 있다. 금융권에는 IMF나 론스타, 리먼사태가 있다. 저축은행도 트라우마를 안고 있긴 마찬가지다. 2011년 부동산PF발 영업정지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작년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이 터지며 부동산PF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됐다. 특히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연일 강공 메시지를 내고 있다. 충당금을 더 쌓으라며 규제를 강화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만기연장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부실정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업계는 당국의 메시지에 촉각을 기울이면서도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로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 요구대로 충당금 적립액이 커지고 재무제표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손실 흡수능력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부실사태를 겪은 저축은행보다 캐피탈이나 증권사가 부동산PF에 있어 더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1년의 트라우마가 저축은행업계를 보다 성숙하게 만든걸까. 그로부터 꼭 10년 만인 2021년 업계 전체 합산 자산 규모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또 당국의 규제도 한층 더 타이트해져 손실 흡수능력을 보강했다. 덩치, 체력을 키웠을 뿐 아니라 부동산PF 영업을 보수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경각심도 퍼졌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몸소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과거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부실 사태로 퇴출 직전에 놓였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PF 영업을 최소화했다. PF 채권 규모가 작년 9월 말 1098억원으로 상위 10위사 가운데 가장 작다. 금감원의 요구가 있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 뒀다.
또 재무와 리스크 임원을 교차 배치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전략리스크관리실장을 재무정보시스템본부장으로 승진시켰고 반대로 재무관리실장은 전략리스크관리실장(CRO)으로 선임했다. 두 임원이 재무와 리스크 관리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한 인사로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저축은행업계가 2011년 부실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시험대에 섰다. '부동산PF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업계의 판단처럼 부실사태 없이 이번 위기를 넘겨야 할 것이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의 부실이 뇌관이 돼선 안된다. 이번에야말로 트라우마를 제대로 극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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