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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기술기업 상폐 심사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정새임 기자공개 2024-08-13 15:54:5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멥신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을 때 경영진은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새로운 투자자를 들였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선계획안으로 적극적으로 소명했던 터라 긍정적인 결론이 나리라 믿었다. 파멥신을 응원하고 도왔던 가까운 지인들에게 좋은 결과로 꼭 보답하겠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단호했다. 1심에서 상폐 결론을 냈다. 물론 곧바로 상폐 절차를 밟는 건 아니다. 이의신청을 통해 최대 3번의 심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 결정을 돌리기 위해 기나긴 증명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지적받았던 매출확보 방안을 위해 타이어도 팔게 됐다. 본래 사업인 신약 개발에 몰두하기 힘든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 뻔하다.

아미코젠 자회사 비피도 역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던 예측이 빗나갔다. 비피도는 횡령 사건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횡령이 직원 개인의 일탈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횡령금을 모두 회수해 상폐 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조사 기간을 연장한 끝에 비피도를 상폐 심사 대상에 올렸다.

바이오텍 상장만 깐깐해진 것이 아니다. 상폐도 달라진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과거엔 비슷한 이슈가 있는 기업에 기회를 주는 쪽이었다면 최근에는 폐지로 결론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 규모에 비해 상장기업 수가 유독 많은 것이 상폐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거래소가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거래소는 '좀비 기업' 퇴출을 내걸고 상폐 절차를 손보고 있다. 상폐 심의 기간을 줄이고 심의도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안이 제시된다. 상장유지 조건도 함께 높여 시장 퇴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이라면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잘 내야 하는게 맞다. 과거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탄 바이오텍 중 일부가 부풀려진 기업가치와 자신의 기술력에만 심취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심사가 깐깐해졌다고 거래소만 원망할게 아니다.

하지만 손익계산서 숫자로만 계산할 수 없는 부분도 보자는 것이 기술특례 상장의 취지라면 폐지 심사에서도 그 특수성을 고려해봄직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바이오텍들이 기술특례상장을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연구개발에 드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받을 길이 상장밖에 없는데 당장 실적을 낼 순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상장폐지란 사업 접으라는 사형선고와도 같다.

바이오텍에 대한 최근의 상장과 폐지 심사 기조는 마치 '매년 기술수출 실적을 내지 못할 거면 상장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혁신과 규제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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