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나서는 현대제철]주주환원책 발표 보류, 밸류업 현실화 방안은⑥비주력 사업 정리 통한 ROE 개선 가장 현실적…배당 유지 가능성도 높아
이호준 기자공개 2024-11-13 08:33:43
[편집자주]
호황 뒤 불황이 오는 건 철강 업계에서 늘 반복된 사이클이다. 하지만 불황이 오고도 호황이 언제 올지 모른다면, 심지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제 최대한 아낄 건 아끼고, 내놓을 건 내놔야 할 상황에 놓였다. 포스코와 함께 국내 양대 철강회사로 꼽히는 현대제철의 현주소다. 더벨은 고난의 시기를 맞이해 철저한 진단과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의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지분율 17.27%의 기아이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율도 11.81%에 달한다. 이는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7.29%), 현대차(5.44%), 현대엔지니어링(4.68%) 등 여러 계열사 지분보유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 지배구조로 볼 때 현대제철의 배당은 오너의 주요 자금원 중 하나로 작용한다. 현대제철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지난 1999년 이후 배당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최근 사례만 봐도 지난 2020년에는 별도 기준 순손실 4559억원을 기록하고도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는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1주당 10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 지배구조 덕에 현대제철은 앞으로도 적자나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을 중시한 배당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2022년 이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서도 "실적 악화로 배당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배당금 상향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꾸준한 배당만으로 다른 주주들에게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제철 김광평 재경본부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 미래 성장성과 연계해 주주환원책 발표 시점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올해 1월 실적발표와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중기 3개년 배당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한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애초 증권업계는 현대제철이 저평가를 벗어날 유일한 방안으로 이 중기 주주환원책 발표를 기대했다. 현대제철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수년간 0.25~0.1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이다.
자사주 활용은커녕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전반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현대제철은 분기·사업보고서에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경영환경 등을 고려하여 적정 수준의 배당률을 결정"한다고만 밝혔을 뿐 배당성향 목표치나 배당 정보 공개 시점에 대한 구체적 안내가 없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도 마찬가지였다.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현대제철은 자사주 190만46주(지분율 1.42%)를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 자사주 매입은 2015년에 있었고 소각은 2020년 하이스코 합병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분한 결과였다. 이마저도 총액은 57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현대제철은 중장기 배당정책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거나 자사주 활용을 통한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 철강 산업의 구조적 어려움에 더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친환경 투자 과제가 있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자금이 필요해 주주환원을 섣불리 약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중국발 공급과잉 현상이 언제 해소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은 여전히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위험에 놓여 있다. 또, 최근 현대제철은 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유출이 본격화하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결국 현대제철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비주력 사업 정리가 꼽힌다. 주주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핵심이다.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해 자본총계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총자산 대비 순이익률 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배당을 크게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현 수준을 유지해서라도 주주를 달랠 가능성은 크다. 현대제철의 배당성향은 28.1%로 현대차(25%)와 기아(25%)보다 높다. 현금배당수익률도 2~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만으로도 주주환원 지표 개선이 기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평가된 PBR만 보면 투자하기에 우호적인 회사인 것만은 분명하다"라면서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 만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ROE 개선,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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