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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해외주식 시대]국장 탈출 바람…운용업계 미국주식 '정조준'①주요 기관·판매사, 운용사 '러브콜'…세금 이슈 넘어선 수요

구혜린 기자공개 2025-01-21 14:56:53

[편집자주]

올해는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해외주식 투자 원년이 될 전망이다. 그간 국내 운용사들은 롱온리, 롱숏, 이벤트드리븐 등 전략을 활용한 국내주식 상품 운용에만 열중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증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심화되면서 사모펀드 주 수익자인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의 해외주식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성격의 운용사들이 해외주식 전용 상품을 준비 중인 가운데 더벨이 그 배경과 면면, 우려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8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중 해외주식 전문 운용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대부분 운용사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해외주식을 운용하는 일부 하우스도 수익자가 지불할 세금, 수수료 등 이슈로 일임 상품으로 주로 운용했으며 펀드 비히클을 활용하는 케이스는 미미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주식을 주 자산으로 하는 롱온리, 롱숏 헤지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아직까지 전체 설정액 대비 비중은 1%에 불과하나 의미심장한 수치다. 기관과 리테일의 해외주식 수요가 시장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 8조 진입, 한국형 헤지펀드는 3000억 돌파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 투자 비중을 60% 이상으로 설정한 주식형 사모투자신탁의 총 설정액은 8조114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7조3125억원)과 비교하면 11%가량(8019억원) 증가했다.

전체 설정액 대비로 따져보면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데이터의 경우 국내 자본시장법상 신고된 모든 사모투자신탁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제 주 투자전략을 해외주식으로 설정한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3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국내 6개 증권사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통해 설정된 헤지펀드의 총 설정액(52조9280억원)의 0.6%에 불과하다. 사실상 해외주식 만을 집중해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비중이 전체 시장 내에서 1%에 채 못 미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해외주식 펀드 설정액이 역대 추이상 눈에 띄는 성장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해외 투자 비중을 60% 이상으로 설정한 주식형 사모투자신탁 설정액은 2020년 말 6조9385억원에서 2021년 말 7조8311억원, 2022년 말 7조7253억원, 2023년 말 7조3125억원으로 7조원 선에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역대 최초로 8조원 고지를 넘었다. PBS를 활용한 한국형 헤지펀드 중에서도 해외주식을 주 자산으로 담는 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최초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주요 운용사가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신규 상품을 만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를 시작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주, 2차전지주가 급락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급기야 12월 계엄령과 탄핵 여파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심화되면서 코스피는 2300선으로 급락했다. PBS 관계자는 "그간 해외주식은 세금 문제로 펀드가 아닌 일임으로 주로 담았는데 지난해 들어 펀드 설정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공제회·스타PB "전문 운용사에 돈 맡기겠다"

공급을 만든 건 수요다. 우선 헤지펀드 주요 수익자인 연기금공제회의 해외주식 수요가 늘었다. 한 예로 원로 목회자의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총회연금재단은 지난해 2년 만에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리그를 열어 운용사를 선정했다. 이후 기존 국내주식 운용을 맡고 있던 위탁운용사 중 수익률이 낮은 곳들의 자금을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중 성과가 좋은 KCGI자산운용과 토러스자산운용으로 이관했다. 더 높은 수익을 위한 처사이나, 기관의 해외주식 위탁운용 수요가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요 운용사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기금공제회는 올해 국내 및 해외 주식 비중을 크게 조정할 계획이다. 대형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을 잡기 위해 다수의 기관에 의사를 물은 결과 전체 주식자산 중 약 40% 수준까지 늘린 해외주식을 올해는 45% 비중으로 늘린다는 응답을 받았다"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기관들 대체로 해외주식 비중을 늘린다는 반응을 보였다"라며 "직접운용 주식과 위탁운용 주식 모두 공통으로 적용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리테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증권사들은 3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를 위한 프리미엄 자산관리센터를 별개 운영 중이다. 사모펀드 특판 상품의 경우 절세 혜택을 누리면서 공모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공모주 하이일드펀드나 코스닥벤처펀드가 주 인기 상품이다. 해외주식 자산은 펀드가 아닌 일임 상품으로 가입해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해외주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롱바이어스드, 롱숏 전략 등 활용 사모펀드를 찾는 고액자산가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스타 PB(프라이빗뱅커)가 다양한 해외주식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운용사에 접촉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증권 PB들이 해외주식 운용을 잘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를 먼저 찾아다녔다"라며 "일부 운용사를 컨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리테일에서 판매한 혼합자산 펀드를 운용하다가 국내 주식을 빼고 미국 주식으로 일부 자산을 변동했다"라며 "수익자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단기간에 수익률을 올리는 데는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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