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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성공과 오너의 결단 thebell note

이우찬 기자공개 2025-03-04 08:07:58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6일 07시0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 자세히 좀 살펴봐 주세요. 식품기업 영업이익률이 20%에요." 경쟁업체 관계자의 부러움 섞인 평이었다. 통상 식품기업이 5% 이익률조차 기록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수치다. 삼양식품 매출은 2017년 4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SNS를 타고 해외로 퍼지는 불닭면이 기업 변신을 이끈 동력이다.

해외사업을 통한 외형 성장 뒷단에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온 이사회 쇄신 작업도 한몫했다. 사업의 성장과 이사회 변화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정치인 출신으로 2015년 영입됐던 문용욱 전 상임고문은 해외 시장 진출 초기 자문역으로 해외 사업부문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문 전 고문은 이사회 의장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이끌었고 오너일가의 경영 공백 시기에는 실질적인 전문 경영인으로 임무를 했다. 적극적인 이사회 개혁을 주문했고 김정수 부회장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재무 측면에서는 IB 출신의 장재성 전 대표가 성장의 토대를 닦은 이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정계, 재계에서 추천받은 인재를 적극 등용하며 변화에 힘을 실었다.

이사회의 외형도 변모했다. 한때 3명의 이사회는 지금 8명으로 늘었다. 사외이사 비중이 50%다. 2020년까지 전무했던 이사회 내 위원회는 5개가 됐다. 이사회 운영은 형식이 실질을 지배한다는 한 거버넌스 전문가의 말처럼 삼양식품은 자유로운 의견이 오고갈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났다. 삼성전자, CJ, 롯데 등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는 상전벽해로 요약된다. 이 같은 변화는 오너의 '각성'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정수 부회장과 그의 배우자인 전인장 회장을 비롯한 오너 중심 경영은 법적 위기와 불닭면의 확장 속에 이사회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왔다. 여전히 오너 기업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다양한 의견이 기업 의사결정구조에 반영될 수 있는 틀은 마련됐다.

삼양식품의 변화에 관해 묻기 위해 이사회 현직 구성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면 인터뷰는 현직 사외이사 신분으로 어렵다며 정중히 양해를 구해왔지만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삼양식품은 내실이 굉장히 탄탄하면서 생각이 젊은 기업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다." 사외이사의 시각에도 삼양식품의 변화가 묻어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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