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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에코프로의 대기업 '명함'

김동현 기자공개 2025-03-04 07:08:41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4월 말이 다가오면 재계 시선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발표에 쏠린다. 한해 동안 대기업집단의 성장 결과가 재계 순위로 한번에 나열되고 그 타이틀은 다음 발표까지 1년간 따라붙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지난해 기준 10조4000억원) 자산총액을 보유한 그룹에 부여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 진입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런 측면에서 에코프로는 소위 '도장깨기'하듯 상출집단에 올라선 그룹이라 평가할 수 있다. 2023년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들어간 뒤 이듬해 곧바로 상출집단에 진입했다. 재계 순위 역시 62위에서 47위로 큰폭의 상승을 이뤄 50대 대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후 1년이 지난 지금, 에코프로의 상출집단 유지 여부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사업에만 집중하며 대기업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기) 장기화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코프로(지주사),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등 그룹 상장 3사는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어두운 전망에 그룹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분위기다. "에코프로가 언제부터 대기업이었나, 더 긴 침체기도 겪어 봤다"는 말을 내외부 관계자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는다. 당장은 대기업 명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2003년 에코프로는 유수 대기업도 포기했던 양극재 사업에 뛰어들고 첫 매출을 올리기까지 10년의 시간을 기다렸다. 국내 기업의 이차전지 소재가 세계에서 무시당하던 시기에도 2010년부터 꾸준히 일본 배터리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결과 2013년 소니와의 첫 계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업체의 장기공급 계약을 따냈고 2015년이 되서야 첫 흑자를 냈다.

긴 침체 끝 상출집단으로 올라간 에코프로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회사의 관심은 우선 자원 강국 인도네시아에서의 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쏠린 상태다. 현지 니켈 제련소를 인수하고 소재 통합법인 출범 완료 등 올해 청사진도 구체화해 시장에 공개했다. 또다른 긴 침체기를 마주하지 않기 위해 미래 기반을 지금 다지겠다는 의미다. 그 의지만큼은 여느 대기업집단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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