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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ETF 최저보수 경쟁의 이면

박상현 기자공개 2025-03-17 14:08:4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09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운용사들이 ETF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반 펀드의 분산투자 효과에 더해 주식처럼 간편히 거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ETF다. 여기에 퇴직연금이라는 최대 돈줄과 맞물리면서 운용사들은 ETF 시장 점유율을 포기할 수 없다는 눈치다.

최근 여러 운용사가 ‘업계 최저보수’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열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S&P500·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0.0068%로 낮췄다. 다음 날 삼성자산운용은 0.0062%로 내리며 맞불을 놓았다. KB자산운용은 이에 질세라 0.0047%를 내걸었다.

비슷한 시기 유튜브에서는 이와 관련해 여러 영상이 올라왔다. 어느 ETF로 갈아타는 게 유리한지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영상 속 댓글을 보니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아껴 수익률을 보존하겠다는 개미 투자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사실 운용사가 내건 최저보수와 투자자가 내는 실제 수수료는 서로 다르다. 총보수에 회계 감사비와 지수 사용료, 예탁원 결제보수 등 기타비용을 더하면 총비용(TER)이 산출되고, 이 총비용에 매매중개수수료를 더한 게 투자자들이 내는 수수료다. 수수료는 총보수보다 대략 10배 이상 크다.

최저보수를 강조한 운용사의 ETF가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S&P500 ETF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수수료는 0.0868%, 삼성운용은 0.0888%, KB운용은 0.090%다.

물론 보수를 낮추면 수수료도 내려간다. 투자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운용사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보수 인하는 분명 투자자 부담을 자신들에게 이전하는 행위다.

다만 ‘총보수=수수료’라는 이들의 마케팅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광고를 보고 수익률을 보존하기 위해 자금을 옮긴 투자자들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비록 ‘최저보수’라는 큰 글자 밑에 '(총보수, 연)'이라는 작게 표기돼 있더라도 말이다.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들어가면 여러 운용사의 ETF 본부장들의 인터뷰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하는 것을 건강한 투자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투자 방법을 강조한 것처럼 한 명의 투자자로서 이들의 마케팅 방식 역시 건강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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