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보드]HLB의 맨파워 지키는 묘수 '계열사 임원 겸직'바이오텍 경쟁사 급여 수준 업계 특수성 고려… 30% 사외이사 비율은 개선점
최은수 기자공개 2025-03-14 08:23:51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11시06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쳐온 신약개발기업 HLB그룹은 어느새 계열사만 50여곳에 달한다. 그러나 신약개발업의 특성상 인재 풀(Pool)은 적고 그들의 몸값을 맞춰줄 수익 창출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룹 내 주요 인사들이 겸직하는 사례가 많은 게 특징이다.HLB는 커진 그룹 사이즈에 걸맞은 이사회를 위해 소위원회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외이사 비율조차 과반에 달하지 않는다. 한용해 HLB생명과학 대표가 이번 주총을 거쳐 HLB 사내이사를 겸직하것도 그룹 및 업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외이사 비중 낮지만 위원회 늘리며 선진화 첫발
HLB는 ESG경영을 비롯해 선진화된 이사회 경영을 위한 여러 시도를 진행 중이다. 특히 핵심 파이프라인 리보세라닙 개발 초창기와는 다르게 그룹 외연이 급성장한 점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2025년 초 기준 HLB의 이사진은 총 9명이다. 4년째 같은 수를 유지 중이며 비율로 보면 사내이사가 6명 사외이사가 3명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HLB가 코스피 이전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FDA 품목허가를 노리는 항암신약 후보물질 보유한 시가총액 10조원의 바이오텍인 점을 고려하면 격에 그다지 걸맞아 보이진 않는다.

물론 덩치가 빠르게 커진 만큼 이사회 역시 그에 맞는 '격'을 갖추기 위해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아직 그룹 전체 수익성이 본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총 5개의 위원회(ESG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를 일찌감치 꾸린 게 일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사내이사들 가운데 그룹 계열사 요직을 겸직하는 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먼저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인 진양곤 대표는 HLB와 함께 HLB생명과학, HLB제약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동건 HLB 사장은 미국에 소재한 이뮤노믹테라퓨틱스(Immunomic Therapeutics) 대표다.
이밖에 임창윤 부회장은 HLB인베스트먼트, 박재형 사내이사는 HLB제약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다. 김도연 부사장 또한 작년말 HLB제넥스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총 6명의 사내이사 가운데 공동대표인 백윤기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사내이사는 모두 주요 계열사 대표급으로 재직하는 셈이다.

◇'문제는 맨파워' 겸직 구조 통해 피어그룹과 보수 수준 맞춰
HLB는 국내 바이오텍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신약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에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FDA 역사상 처음으로 한 번도 허가가 나지 않은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 후보물질의 병용요법의 첫 사례로 기록된다.
HLB는 아직 FDA를 거쳐 상업화에 들어선 신약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룬 성과도 의미가 있고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상당한 진일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보수를 기준으로 보면 동종업계 대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사내이사에 유독 겸직 대표 인사가 많은 이유는 HLB의 임원보상한도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HLB는 비슷한 시가총액의 다른 바이오텍보다 낮은 이사 보수를 유지해 왔다. HLB의 2023년 등기이사 1인당 평균보수액은 2억336만원, 2024년엔 3분기 말까지 1인당 약 1억3000만원이다.
시가총액이 20조원에 달하는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는 알테오젠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총 5명의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보수액은 8억원이었다. 스톡옵션 부여분을 빼더라도 2024년 3분기까지의 1인당 급여수령액은 1억5000만원에 근접했다.
약 4조원의 시가총액으로 코스닥 6위에 자리한 리가켐바이오는 2024년은 2분기까지 등기이사 5명이 평균 1억6600만원씩, 연단위로 환산 시 약 3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앞서 HLB와 차이가 난다.
자연스럽게 사내이사들의 겸직을 택해 계열사를 통해 업계와 비견할 수준의 보수를 수령하는 구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텍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수한 신약후보물질의 개발 성공가능성 그리고 맨파워다. 업계에 전반적으로 인재가 상당히 귀한 풍토인 점도 이런 구조를 택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HLB 관계자는 "현재 리보세라닙 간암 1차치료제 FDA 품목허가를 위해 전사가 집중하고 있으며 일부 이사의 임기만료에 따른 인원 변화는 있지만 기존 9인 체제를 따라가며 이사회 역량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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