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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건설업 경쟁력 분석]삼호개발, 토공사 반세기 업력…수익성 개선 시험대①상장 후 첫 적자, 원가 상승에 수주 감소 영향…올해 창립 49주년 맞아

신상윤 기자공개 2025-03-13 07:26:10

[편집자주]

전문건설업은 종합건설업과 달리 특정 공사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다. 다만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으로 업역 간 제한됐던 사업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전문건설업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건설업 침체까지 더해졌지만 특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다. 전문건설협회가 출범 40주년을 맞은 올해 더벨은 자본시장에 상장한 전문건설사의 경쟁력과 현 상황, 나아가 미래 전략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호개발은 올해 창립 49주년을 맞았다. 국내 토공사업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삼호개발은 반세기 동안 전문건설업계 강자로 성장했다. 매출 외형은 4000억대로 불리면서 본업인 건설업과 더불어 벤처캐피탈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다만 국내 전문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토목사업의 상당 부분을 국가 SOC 예산에 의존하는 만큼 정책적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전망이 밝진 않다. 실제로 건설업이 적자를 시현한 가운데 벤처캐피탈 등의 성과로 보완하는 사업구조로 전환했다. 뒤늦게 경영에 참여한 오너 2세의 고민도 깊어졌단 평가가 나온다.

◇창립 49주년, 토공사 부문 1위 수성…제조·VC 영역 다각화

이달 5일 삼호개발은 창립 49주년을 맞아 기념행사 및 '삼호개발 55년사'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서울대 토목과 출신 이종호 회장이 설립한 삼호개발은 1976년 1월 설립돼 법인 기준 올해로 창립 49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1969년 개인 사업체로 출발한 삼호공사를 뿌리로 본다면 삼호개발의 역사는 55년이다. 이 회장은 설립 초기 서울고, 서울대 토목과 동기인 이병길 전 대표와 동업했다.

삼호개발은 고속도로나 국도를 비롯해 공업부지, 항만, 간척지 등 주요 토목건설공사를 통해 경쟁력을 쌓았다. 경부고속도로 확장 공사를 비롯해 시화산업지구 조성 등 국내뿐 아니라 리비아 고속도로 공사 같은 해외 사업도 펼쳤다. 1986년 아산공장과 1990년 당진공장을 세워 골재 및 아스콘 생산에도 나섰다. 현재는 100% 자회사인 벤처캐피탈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초기 기업들에 투자도 하고 있다.

삼호개발은 전문건설업인 토공사 부문에서 2024년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5322억원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토공사 부문에선 3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했다. 2위 엘티삼보와 비교하면 시공능력평가액은 1464억원 정도 차이난다. 시공능력평가액 세부항목인 공사실적평가액만 떼어보면 2013억원을 기록한 구산토건에 삼호개발(1609억원)이 밀린다. 다만 경영평가액 등에서 앞선 삼호개발이 종합 순위로는 앞섰다.

토공사 외에도 다양한 전문건설업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세부적으로는 △상하수도공사업 2위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4위 △철근·콘크리트공사업 4위 △습식·방수공사업 6위 △포장공사업 7위 등이 있다. 그 외 일반건설업 분야인 산업환경설비공사(82위)나 조경공사업(72위), 토목·건축공사업(207위)에서도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건설 탓 이례적 '적자 전환', 수익성 회복·일감 확보 '숙제'

삼호개발은 50년 가까이 전문건설업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최근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본업인 건설업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는 시기를 경험했다. 건설업에서 낸 손실을 이종산업인 벤처캐피탈 수익으로 보완하는 형태가 구축되기도 했다.

삼호개발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018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65.2% 감소한 53억원에 그쳤다. 흑자 경영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건설업의 적자를 벤처캐피탈 흑자로 메꾼 상황이다.

삼호개발 사업부문은 크게 건설과 제조, 창업투자로 나뉜다. 건설부문는 외형 성장을 견인했지만 지난해 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창업투자부문과 제조부문이 각각 54억원, 17억원의 흑자 경영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보완했다. 삼호개발이 건설부문에서 적자 경영한 것은 2005년 상장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삼호개발의 수익성 악화는 원가율 상승에서 비롯한다. 공급망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본업은 적자로 돌아섰던 상황이다. 건설부문 일감 확보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삼호개발이 수주한 신규 일감은 증액분을 포함해 3362억원이다. 전년 대비 수주금액은 증가했지만 공정 종료 등으로 인해 기말 수주잔고는 같은 기간 5.3% 감소한 6168억원 수준이다.


올해 상황도 녹록진 않다. 국내에선 정치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SOC 예산이 지난해 대비 감소하면서 일감 확보가 쉽진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상호 진출할 수 있도록 업역체계가 개방되면서 둔화된 수익성도 삼호개발의 성장성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2세로 비교적 늦게 경영에 합류한 이영열 사장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는 공직에서 관료 생활을 하다 부친의 부름을 받아 삼호개발에 합류했다. 이 사장은 사내이사로 이사진엔 포함돼 있지만 삼호개발은 현재까진 전문경영인 체체를 이어가고 있다.

삼호개발 관계자는 "원자재 등 원가 증가분을 고려했지만 일부 준공된 현장들에서 반영되지 않은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건설부문이 적자로 전환한 것"이라며 "올해도 SOC 예산이 줄면서 경영 환경을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로 전체 흑자를 냈지만 건설업 본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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