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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안 사면 그만"이라는 오너 thebell desk

최명용 SR본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5-03-20 08:19:5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07시0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 사면 그만 아니냐."

한 대학 교수는 S사 사외이사를 하다 임기를 마무리했다. 1.7% 지분을 확보한 펀드의 추천으로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소액 주주들이 결집해 주총에서 반란을 일으킨 덕이었다.

쓴 소리가 주된 역할이었다. 주주환원을 하고 경영 효율화를 요구했다. 건별로 이사회에서 토론을 자처했다. 일부 안건에 반대표도 던졌다. 불필요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특별한 변화를 이끌진 못했다. 결국 임기를 한차례 마무리하고 재선임은 불발됐다.

그 사이 회사는 대주주 지분을 계열사로 쪼갰다. 감사위원에 투표할 수 있는 대주주 지분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무력화시킨 시도였다. 결국 대학교수는 사외이사를 다시 하지 못했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오너 일가 고위임원과 면담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쓴소리를 했다. 주주환원도 하고 자본 시장에 책임을 다하시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그 고위임원에게서 돌아온 답, '마땅치 않으면 (주식) 안 사면 그만이지'였다.

이 회사는 참치 등 식품 기업으로 유명한 사조오양이다.

사조오양의 시가총액은 800억원 남짓한 수준이다. 주식 시장이 안 좋을 때도 그렇게 빠지진 않지만 주식시장이 호황기에도 제자리걸음이다. 거래량도 그만그만한 수준이고 대주주의 주식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다. 공시를 검색해보면 기업설명회를 했다는 기록이 별로 없다.

사조오양에 대해 지분을 확보하고 소액주주 운동을 벌인 펀드는 차파트너스였다. 차파트너스는 투자 당시 사조오양이 광화문 요지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만 감안해도 1440억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보유 부동산 가치만 시가총액의 두배가 넘고 매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800억원 수준이란 것은 지나친 저평가라는 게 차파트너스의 생각이었다.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소액주주운동이었고 상법 전문가 대학 교수를 이사회에 입성시켰다. 이사회 입성까진 성공했지만 결국 1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사조오양일 뿐일까. 중복 상장 이슈에 모 그룹 회장은 '중복 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란 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수천억원 대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시가총액을 800억원 대로 유지하는 회사는 주주환원과 일반 주주 이익보단 '상속'에 더 관심을 갖는 듯 하다.

흔히들 저평가주라고 부르는 주식들의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을 비롯해 자산은 막대한 데 시가총액은 낮다. 오너 지분이 탄탄하고 상속 이슈가 있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5000억원 어치를 넘겨주는 것보다 800억원 짜리 상장사를 넘겨주는 게 이득이 된다. 주가 관리는 뒷전이고 자본시장과 소통에도 나서질 않는다.

상법 개정으로 일반 주주 이익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하자 경제단체에서 경영권 분쟁에 노출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재벌 오너들의 '주식 안사면 그만이지'식 마인드가 만연하다면 상법 개정에 반대할 명분이 생기질 않는다. 차라리 PEF나 전문 경영인에 경영권을 넘긴다면 기업 가치가 더 올라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지 모른다.

재벌들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킨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공개된 기업이라면, 자본시장에 손을 벌린 기업이라면 그 책임도 곱씹어봐야 한다. '주식 안사면 그만이지'란 말은 상장돼 있는 주식은 모두 거둬 들일 각오를 한 뒤 꺼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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