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불안 안팎 '적신호'..체감온도는 달라 조선·車, 전방산업 악화 부담..포스코, 현대제철 대응책 차별화
김장환 기자공개 2011-12-30 10:25:43
이 기사는 2011년 12월 30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도 국내 철강업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 철강 가격 하락 그리고 환율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기인했던 올 하반기 수익성 저하 추세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 조선의 수요 감소로 인한 판재류 판매 감소 전망은 고스란히 후방산업인 철강업종의 불안감으로 이어진다.물론 관련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조선 건조량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수요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건설 및 기계업종의 회복세로 봉형강류와 강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 강재 내수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철강업종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제가 뒤따른다. 철강수요 약세와 중국의 긴축 완화에 따른 강세 등이 맞물려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재정위기가 그대로인 상황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자동차 산업 불안감 휩쓸려..철강업종 리스크 'UP'
철강업종의 내년 전망을 우울하게 보는 근본적인 요인은 수급 불안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조선과 자동차산업 모두 성장성이 저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후방산업인 철강업종도 주 수요처가 대폭 감소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놓였다.
우선 전문가들은 조선산업이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아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탱크선, 벌크선 같은 중소형 선박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돼 수주 불안이 뒤따른다. 올해 호조를 누렸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역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및 유럽의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년 세계시장 성장률이 4.2%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비록 성장세는 이어져도, 성장률이 예년보다 대폭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2012년 자동차 생산이 올해보다 3.1% 늘어난 470만대(해외생산 포함)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지난해만해도 전체 생산량은 전년보다 6.1%가 증가했다.
이처럼 조선 건조량과 자동차 생산의 동반 감소가 현실화되면 철강업체는 후판, 냉연 등의 수요부진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건설 경기가 살아나 봉형강류 등 내수 시장 수요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의 생산은 이미 판재류(후판)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
실제 지식경제부와 산업연구원은 최근 '2012년 경제성장 전망'을 발표하고, 내년도 철강업종이 상반기(1·2분기) 기준 10.7%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시장과 더불어 서구 선진국 수요 역시 부진해지면서, 전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이 5.5%로 대폭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만 해도 6.3%를 기록했던 내수시장증가율이 내년에는 0.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증가율은 올해(30.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1%, 생산증가율은 올해(7.5%)보다 3.5%P 하락한 4%대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기 강판, 선재 등 국내수요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해외수출 여력이 부족한 품목 일부와 아연도강판, 기타도금강판 등은 수출경쟁 심화로 10% 내외의 감소가 예상돼, 철강업종의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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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강' 포스코, 현대제철..같은 부담, 다른 대응 '눈길'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곳은 역시 국내 1·2위를 달리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양사 모두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는 있지만, 불안한 경기 전망 앞에 내년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느끼는 내년도 경기 체감온도는 정반대 양상을 띠는 모양새다. 포스코가 내년도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데 반해, 현대제철은 기존 투자에 대한 철회 없이 그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1월 포항제철소에 착공한 파이넥스 3공장 준공시점을 2014년 초로 미뤘다. 안정적 철강 생산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광양제철소 1고로 개보수 일정마저 내년에서 2013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렇게 포스코가 내년도 축소한 투자규모는 9000억원 정도다.
특히 파이넥스 준공을 미룬 것은 포스코가 느끼는 내년도 경기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코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2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 투자를 연기하면서 생산계획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과 인도 철강업체들과 진행 중인 파이넥스 제철소 수출 계획 역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태다.
포스코가 투자계획을 번복하고 나선 이유는 결국 내년까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에서다.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포스코는 내년도 조선·자동차 산업 전망을 안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자동차 및 조선용 후판 시황이 세계 각국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큰 이상 없이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조선 및 자동차 경기 저하가 예상되고,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까지 겹치면서 해외 수출 산업 시황 역시 급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불안한 철강업종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존 투자계획을 보류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13년 9월, 3고로 완공 계획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내년 3고로에 투자하는 금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경기 전망의 불안감 속에서도 투자를 그대로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성장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중국 3공장과 내년 말 브라질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연간 45만대의 생산량이 더해질 예정이다. 기아차 역시 내년 중국 3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내년 해외 생산을 올해 305만대에서 9.8% 늘어난 335만대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현대제철(열연)→현대하이스코(냉연)→현대·기아자동차(조립및판매)로 이어지는 안정적 수급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2009년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에 공급한 열연강판은 87만톤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공급량이 300만톤으로 크게 뛰었다. 내년도에는 이보다 100만톤 가량을 더 공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제철은 올해 자동차 강판 외판재 개발을 완료하고 현대·기아자동차에 사용하는 자동차강판 강종 대부분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자동차 강판 공급량은 140만톤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50만톤에 이르는 물량을 판매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자동차 강판 외판재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대·기아자동차라는 안정적 공급처는 현대제철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규모의 경제' 면에서 보면 현대제철은 아직까지 포스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제철은 2013년 9월 제3고로를 완공하더라도 연간 생산량이 1200만톤 정도다. 포스코는 투자계획을 미뤘지만 여전히 기존 생산량인 3000만톤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양사 모두 극한의 원가절감을 통해 내년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만은 같다. 현대제철은 "저원가 조업체제를 강화하고 불요불급비용 집행을 최대한 억제해 연간 6500억원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포스코 역시 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라 내년도 1조4000억원의 원가 절감 목표를 세워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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