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감추고 규제 강행 '신용카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부실염려 없어…"잘못된 정책으로 소비위축 우려"
김현동 기자/ 김영수 기자공개 2012-01-09 11:29:46
[편집자주]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카드사 규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자산과 한도 등에 대한 총량규제로 시작했다가, 올해 들어서는 소득공제 확대라는 인위적 수단을 동원해 체크카드 발급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1999년 이후 내수진작을 위해 카드활성화 정책을 동원했던 당국이, 이제는 가계부채 해소라는 명분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짓누르고 있다. 신용카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자칫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은 카드사 규제와 그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4회에 걸쳐 싣는다.
이 기사는 2012년 01월 09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사의 포트폴리오에서 대출자산은 2~3%에 불과하다. 카드사가 가계부채의 한 축으로 비춰져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금융감독 당국은 작년 9월 가계부채 연착륙의 일환으로, 카드사 규제에 나섰다. 대책의 핵심은 대출자산 한도를 일정 범위 이내로 묶는 한도 규제였다. 최근에는 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라는 오래된 무기까지 꺼냈다. 과거 카드대란까지 겪은 터라, 카드사 규제의 정치적 효과는 분명했다.
하지만 카드사 규제에도 가계부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단위농협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민간소비지출의 60%가 넘는 신용카드 이용이 제한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카드론=가계부채의 축?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등의 과도한 외형확대 경쟁 차단 특별대책'에서 카드발급 건수와 신용대출 증가율 등을 각각 연 3%, 연 5%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배경은 가계부채 증가와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사전 부실 차단으로 요약된다. 마침 2009년 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카드론 수요 증가로 카드론이 급작스럽게 늘어나자, 당국은 카드론 억제 카드를 꺼냈다. 2002~2003년 일어났던 카드대란을 감독강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은행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부분이 개인신용대출 성격의 채권으로 구성돼 있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 저하 시 가계부채 부실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카드론 비중이 2~3%에 불과하지만, 저신용 다중채무자가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의 대출자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저신용등급 비중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이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이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카드론 영업이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대출 자산을 늘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 대출자산은 규모 면에서 미미할 뿐만 아니라, 질 면에서도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중 카드사의 대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 밖에 안 된다"며 "카드사가 마치 가계부채의 한 축으로 비춰져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카드론은 감소세로 전환됐고, 대출자산의 절대규모도 작년 6월 말 들어 감소추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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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현금서비스 이용고객 비중도 과거 카드대란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때문에 경기악화 시 카드사 현금서비스 이용고객의 부실화 가능성을 지목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대 초반 60%에 육박하던 현금서비스(CA) 비중은 작년 9월 말 현재 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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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나쁘지 않았다"
과거 카드대란 당시와 비교했을 때 카드론의 연체율도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명목연체율과 실질연체율 모두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절대 수준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 당국은 작년 5월 '금리 상승·부채규모 증가·소득감소·외부충격 발생'이라는 상황을 가정해 '신용카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스트레스테스트의 방법론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부채가 향후 2년간 증가하고, 금리가 10% 상승하며 소득은 10% 감소한다'는 가정이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카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침체와 금리상승·부채증가라는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국내 카드사의 대출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금융당국의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가계부채 해소라는 명분으로 카드사 규제를 강행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알고도 카드사 규제를 시작했다면, 정부가 2차 카드대란 가능성을 이용한 셈"이라며 "신용카드는 민간 소비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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