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2월 24일 08: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원개발펀드에 투자한 어느 개인투자자가 수차례 생산지연으로 제대로 이익분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모처럼 열린 주주총회에서 큰소리 한번 못치고 거수기 역할만 하고 온 이야기다.지난 23일 국내 최초 광물투자펀드인 하나UBS암바토비니켈해외자원개발투자회사 1, 2호의 주주총회가 영등포구 해군호텔 수정실에서 열렸다. 정족수 미달로 한차례 연기되고 두번째 열린 주주총회다.
1호 펀드에는 8명이 2호에는 3명의 주주가 왔다. 주주보다 업계 관계자들이 더 많아 보였고 총회 장소 안은 고요했다.
펀드 성과에 의문이 나면 찾아와서 투자금의 생사여부를 물어볼 만도 했다. 11명밖에 오지 않은 이유는 상식적으로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아서다. 1, 2호 펀드 모두 가입한 이 투자자 역시 직장에서 연차휴가를 내고도 11시 2호 펀드 투표에 간신히 참석했다.
대부분의 펀드 주주총회가 평일 오전에 열리긴 했다. 문제는 결과다. 주주총회 안건은 펀드의 환헤지 및 운용경비 마련을 위해 100억원의 차입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니켈 생산이 예상보다 2년 이상 늦어지면서 펀드안에 운용자금이 고갈된 것이다.
결과는 1, 2호 모두 100% 가결. 참석한 11명의 주주가 모두 안건에 동의했다.
이 투자자 역시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펀드를 청산하자니 환헤지 계약을 걸어놓은 은행에 수백억원의 계약해지금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한치 앞도 못보는 게 환율인데 왜 장기 환헤지 계약을 했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총회는 투표에 들어갔다. 여섯차례 이상 지연된 생산이 곧 가시화된다는 말에 답답했지만 투표용지를 냈다. 만기 11년 폐쇄형 펀드라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만 시장가격에 내다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안이 없었다.
어쨌든 펀드의 결론은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마다가스카르)에서 7년안에 니켈이 나오기만, 니켈가격이 오르기만, 환율이 안정되기만 기다리자는 쪽으로 났다.
이날 투자자는 광물자원공사측과 담당 운용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플랜트 설비가 화력발전 방식이라 석탄이 필요한데 바다건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입해와야 한다는 대목에서 투자자는 쓰러질 뻔 했다. 이런 거 하나 하나가 다 비용일텐데 알았으면 당연히 투자를 할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니켈가격이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20~30%의 수익을 기대했던 이 투자자는 투자 자체를 후회했다.
투자자는 누구 멱살을 잡아야 할지 몰랐다. 펀드에 지분을 팔아 법적책임이 전혀 없어 보이는 광물자원공사측 관계자를 탓해야 하는지, 수차례 교체된 매니저 중에 가장 먼저 펀드 스킴을 짠 운용역을 탓해야 하는지, 펀드를 제안한 판매사와 운용사를 탓해야 하는지 답답했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꼭 이렇게 만들어야 했는지 광물자원공사와 운용사, 판매사가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펀드가 향후 니켈생산으로 대박이 나더라도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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