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5월 02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직원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지난달 25일 서울 하얏트 호텔 2층. 조용하던 호텔은 순식간에 북새통이 됐다. 하이마트 임시이사회 참석차 들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경호원, 기자들간의 드잡이가 벌어졌기 때문.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 회장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이날 열린 하이마트 임시이사회에선 선종구 회장(영업대표이사)의 해임안이 가결됐다. 하이마트 대주주 유진그룹은 조만간 공석이 된 영업대표를 새로 뽑을 계획이다.
임시이사회에서 선종구 회장 해임안이 처리됐지만 불씨는 남았다. 이사회 당시 선 회장 측은 "정족수 미달로 임시이사회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선 회장은 어떻게든 시빗거리를 찾아내 임시이사회 결정을 뒤집을 기세다.
임시이사회 전에는 하이마트 대주주간 체결한 공동매각 약정에 삽입된 조항을 근거로 선 회장은 유진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약정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주주가 다른 대주주에 해가 되는 행위를 벌일 땐 위약금을 물도록 하는 조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 회장이 약정을 빌미로 위약금을 요구할까봐 유경선 회장은 선 회장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천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선종구 회장 탓에 지난달 거래정지가 됐던 하이마트 주식은 2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거래 재개와 무관하게 상장폐지 실질심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선종구 회장이 딴죽을 걸면서 심사과정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실질심사 때 선 회장측은 유진과는 별도로 한국거래소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고 유진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선 회장으로 말미암아 하이마트 임직원 3000명과 수많은 하이마트 투자자들은 고통을 겪었다.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공모가를 밑돌았고 주식은 거래정지까지 됐다가 풀렸다. 이제 남은 것은 매각작업이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오는 6월까지 하이마트 매각이 불투명하면 하이마트 재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문제는 선 회장의 움직임이 하이마트 매각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GS를 비롯한 하이마트 매수자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선 회장이 하이마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자칫 유진처럼 선 회장과의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 회장은 스스로 밝힌 것처럼 하이마트 임직원의 노고와 투자자의 바람을 외면해선 안된다. 미련을 버리고 조용히 퇴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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