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는 꼬꼬면…부채 압박에 야쿠르트에 'SOS' 야쿠르트가 3000억원 지급보증…음료사업부 이중거래로 자금지원
윤동희 기자공개 2012-05-03 17:10:37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3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야쿠르트 오너일가는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였던 팔도(구 삼영시스템)의 매출을 다변화시키며 야쿠르트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사업구조를 탈피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뤄진 거래내역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재무적 부담은 야쿠르트가 지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의도했던 바와는 다르게 팔도가 실질적으로 독립 경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무엇보다 팔도가 라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꼬꼬면이 공전의 히트작으로 떠오른 게 희소식이기는 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야쿠르트의 용기라면과 봉지라면을 생산하는 공장은 이천 공장 한 곳뿐으로 10개의 생산 라인 중에 3개 만이 봉지라면 생산 설비였다. 라면 4위 사업자인 팔도에게는 이 정도 설비면 충분했지만 월 1800만 개씩 밀려드는 꼬꼬면 수요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 닥친 것이다.
팔도는 생산능력 미달로 몇 차례의 꼬꼬면 품귀 현상을 겪은 후 이천 공장에 봉지면 라인을 1개 증설하고 아예 전라남도 나주에 500억 원을 들여 생산라인 4개짜리 봉지라면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팔도가 마케팅·인력 충원 및 설비 투자 등 사업확장을 위해 발생시킨 비용은 2000억 원이 넘어간다는 예상이다.
라면&음료사업부를 넘겨받기 전(2011년 말) 팔도(구 삼영시스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221억, 99억 원. 차입금은 기업구매자금대출 등으로 이뤄진 730억 원의 단기차입금이 전부다. 이 정도 크기의 사업체가 갑자기 매출액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부채를 감당할 만한 능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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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가 스스로 재무부담을 해결하는 방안보다 야쿠르트가 개입하는 쪽을 택하게 된 배경에는 꼬꼬면의 판매율 하락 조짐이 있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꼬꼬면은 지난해 12월 월 2000만 개의 판매율을 기록한 이후 지난 1~2월간 월 판매율이 1500만 개로 줄어들었다. 라면 2위 사업자인 삼양사의 나가사키 짬뽕의 점유율이 급증한 데다 농심(1위)과 오뚜기(3위)가 모두 하얀국물 라면 시장에 뛰어들어 팔도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부지 값만 고려해 전라남도 나주에 공장을 신설한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대부분의 핵심 라면 공장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농심의 부산 공장을 제외하고 가장 먼 위치가 삼양의 경상북도 구미 공장이다. 라면은 제품 특성상 부피 대비 단가가 낮아 운반 시간이 길수록 손해다. 운송비를 고려하지 않은 입지를 주요공장의 위치로 선정했다는 데서 관련사업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오너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지급보증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팔도에 현금을 지원했다. 자회사인 비락과 관련한 거래가 그것이다.
음·식료품 제조업체인 비락은 당초 팔도의 자회사(50.3%)였다. 비락은 야쿠르트의 지분 26.74%를 보유하고 있어 팔도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로서 지급보증 등 주요 사안들을 처리할 때까지는 그대로 지분을 유지했다. 이후 팔도는 야쿠르트와 지분이동계약을 맺고 비락을 야쿠르트의 자회사로 만들었다. 팔도가 비락 지분 양도의 대가로 얻은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분양도가 끝나고 사업적 종속관계가 사라지자 지난 3월 팔도는 음료사업부의 자산과 부채를 비락에 매각했다. 팔도가 비락에 넘긴 부채는 11억 원으로 영업권(102억 원)과 자본금 등을 합쳐 팔도가 지급받은 현금은 380억 원이다. 결국 야쿠르트는 팔도에 음료사업부를 넘기고 다시 사오는 방법으로 팔도에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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